상반기 거침없이 달렸던 국내외 주식시장이 하반기 들어 숨고르기에 접어 들었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돈 줄 죄이기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데다,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투자금 수급과 펀더멘털 양쪽 측면에서 모두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늘어난 기업 이익에 비하면 유럽이나 신흥국 주식의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안전자산으로 방향을 갈아타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주식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는 국면에서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국내에서는 '중소형주 펀드'와 '지주회사 펀드'를 꼽았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나 선진국 고수익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 투자로 연 5~7% 수익을 노려볼만하다고 지적했다.
7일 매일경제신문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5개 주요 증권사 상품전략본부장들에 하반기 유망 금융상품을 추천받은 결과 국내는 중소형주·가치주·지주회사 투자 펀드, 해외는 유럽이나 인도 등 신흥국 펀드 추천이 많았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주가 변동폭이 적은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저변동성 펀드'나 원금손실 기준을 낮춘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을 노려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알짜 중소형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NH아문디올셋성장중소형주' 펀드를 가장 유망한 상품으로 꼽았다. 서원교 NH투자증권 WM전략본부장은 "대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상승 흐름에서 소외됐던 중소형주의 간극 메우기 과정이 하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소형주 펀드의 긍정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KB증권은 '하이 지주회사플러스' 펀드를 추천했다. 이완규 KB증권 IPS본부장은 "이 펀드는 지주회사의 투명성, 준지주회사의 성장 가능성,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펀드로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업정책 중 하나인 '기업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투자 펀드 가운데서는 "화폐개혁 및 GST(세수통합법)도입 등 개혁을 통해 인도의 장기적인 성장성이 기대된다"면서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펀드를 추천했다. 전세계 1000개 이상의 글로벌 회사채에 분산투자하는 'AB글로벌고수익(하이일드)' 펀드도 유망하다고 꼽았다.
박건엽 미래에셋대우 상품솔루션본부장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해외 자산배분을 하는 '미래에셋글로벌솔루션' 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글로벌솔루션 펀드는 한 지역에 집중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맞게 지역별 비중을 조정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은 '한국투자SSGA글로벌저변동성' 펀드를 하반기 유망상품으로 꼽았다. 이 펀드는 선진국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낮은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전략으로 하락위험에 방어하고 복리효과를 통해 장기로 투자했을 때 성과가 특히 양호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은 만기 3년 동안 원금손실 가능 조건을 가입 당시 가격 대비 45%로 낮춘 저위험형 지수 ELS를 추천했다. 조한용 삼성증권 CPC전략실장은 "저위험형 ELS는 원금보존 가능성을 높이면서 연 4~5% 안팎 수익을 노릴수 있어 안정성향의 투자자에게 특히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배당주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달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잔고가 3405억원 감소하는 가운데도 배당주펀드 잔고는 1361억원 순증했다. 새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기업지개구조 개편이 가시화되고,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일 것이란 전망 덕분이다. 특히 베어링, 미래에셋, 신영 등 배당주펀드 운용잔고 상위 3사에 돈이 몰렸다. 실제로 지난달 배당주펀드 평균 수익률은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가 버겁게 느껴지면서 중소형주펀드로 눈길을 돌리는 경향도 확인됐다. 지난달 중소형주펀드 잔고는 790억원 순증해 향후 중소형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신헌철 기자 /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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