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 '불똥'이 회계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 쪽으로 튀면서 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검찰이 KAI 경영진 비리와 함께 수천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힌 가운데 KAI 외부감사인을 삼일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만큼 또다시 회계 신뢰도 하락으로 어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3일 KAI 주가는 전날보다 12% 하락한 3만8500원을 기록했다. KAI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달 14일 이후 무려 33.2%나 급락했다. 이 기간 KAI 시가총액 1조8619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한 것은 최근 검찰이 KAI의 회계 처리 방식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KAI는 이라크에서 3조원 규모 공군기지 건설 공사를 따냈는데 이후 건설 대금이 회수되지 않았지만 회계 장부에는 정상적인 수익으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KAI가 공시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검찰 조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회계상 부실을 일거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주주인 국책은행과 일반 주주들의 대규모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KAI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2조163억원 규모이던 매출액은 작년 3조1007억원으로 3년 새 1조원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57억원에서 314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
삼일은 2009년부터 KAI 외부감사인을 맡아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KAI의 감사보고서에 포함된 재무제표에 대해 모두 '적정' 의견을 냈다.
[문일호 기자 / 김대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