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도박 사업을 펼치는 일명 '죄악 업종 기업' 주가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죄악 업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주가는 올랐던 것.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올해 하반기 연휴 효과를 비롯해 신시장 개척, 고배당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24.2%)와 GKL(21.1%)은 연초 대비 20% 이상 주가가 올랐다. KT&G 역시 연초에 비해 12.8% 오른 11만5000원을 기록 중이고, 하이트진로 주가도 2만3800원으로 같은 기간 13.9% 올랐다.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한 것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카지노 매출총량제 규제와 사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직격탄으로 카지노 업종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 2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고, GKL과 강원랜드의 올 2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4%, 15.5% 감소했다. KT&G는 담뱃갑 경고 문구와 아이코스 출시로 국내 담배 부문 매출액이 감소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하이트진로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이는 대규모 인원 감축에 따른 고정비용 감소 효과다.
그러나 올 하반기 예정돼 있는 연휴와 내년에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효과로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강원랜드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7월 워터파크 개장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유성만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라다이스는 부산 호텔의 대규모 리모델링으로 사업부 매출이 부진했지만 3분기 성수기에는 영업정상화로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죄악 업종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수익성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조용선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담배 매출은 시장 축소로 역성장했지만 수출 담배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18.2% 늘어나면서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도 맥주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필라
여기에 죄악주들이 일반적으로 연말에 고배당을 실시한다는 점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전통적 고배당주인 KT&G는 지난해 결산 배당금 3600원으로 배당률은 3.42%에 달했다. 강원랜드도 지난해 2.7%로 높은 배당률을 기록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