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평탄치 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계좌 유지 수수료 도입을 두고 지난해 말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태국에서 씨티카드 부정 인출 사고가 발생했다. 올 들어 영업점 수를 대폭 줄이는 영업점 구조조정에 노조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노사 갈등까지 겪었다. 몇 개의 큰 산을 넘은 뒤 디지털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지난해 말 씨티은행이 새롭게 출시한 '뉴씨티모바일'은 비대면 계좌 개설 속도나 편의성 등에서 기존 다른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압도한다는 평을 받으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지난달 모바일 거래 편의성을 극대화한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와중에 씨티은행은 체크카드 이용 고객들의 피해를 45일 넘게 보상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 제재를 받는 상황에 처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은행 '에이플러스 체크카드' 이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가 승인돼 계좌에서 돈이 무단 인출되는 피해를 봤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고된 피해는 수백 건, 피해 금액은 수천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선보이려던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출시도 최근 부동산 규제 강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출시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 쪽에 무게를 두고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씨티은행은 디지털 전략 보강에 나섰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디지털과 연계하고 씨티가 가진 외환송금 경쟁력을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김민권 한국씨티은행 디지털뱅킹부장은 "신기술과 앞선 디자인을 접목해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씨티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171억원을 실현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8억원 증가로 26.9% 개선된 실적이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