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금융당국에 사의를 표명했다. 정 이사장은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드디어 금융공기업 수장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 정권에서 임명된 국책은행 행장들이 우선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 중이던 정 이사장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측에 중도 사퇴 입장을 전격 표명했고, 조만간 공식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거래소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며 "새 이사장 선임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해 10월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19년 9월 30일까지로 아직 2년1개월가량 남았다. 정 이사장의 재직기간은 11개월이 채 안 돼 역대 거래소 이사장 가운데 가장 짧은 재직기간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앞서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정부 때 이사장에 선임됐던 이정환 전 이사장이 1년6개월 재직 후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지난 정부에서 금융위 부위원장에 이어 거래소 이사장에 올랐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대표적인 친박계 실세로 불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중도 하차설이 나돌았다. 금융위 시절 KEB하나은행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2월 특검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별다른 문제없이 조사가 마무리됐다.
거래소는 후임 이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거래소 규정에는 사외이사 5명, 회원사(증권사) 대표 2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으로 구성된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정하면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른바 '낙하산'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차기 이사장 자리를 두고 업계에선 벌써 김기식·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거명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한때 금융위원장 후보군에도 올랐던 인사다. 참여연대 사무총장 출신으로 19대 국회 비례대
가천대 교수 시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했던 홍 전 의원 역시 19대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관료 출신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행시 28회),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행시 29회)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신헌철 기자 /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