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한지 5년이 지난 국내 공모펀드(액티브 펀드 기준) 3개 중 1개가 연평균 2%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 판단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팔며 능동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 펀드 3분의 1이 원금손실 위험이 전혀 없는 정기적금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굴욕을 당한 셈이다.
27일 매일경제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설정된지 5년이 넘은 482개 국내 공모 액티브펀드(일반 및 대표클래스, 보수 차감 후 수익률 기준)를 7개 유형별로 전수 조사한 결과, 총 174개 펀드가 지난 5년간 연평균 2%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의 36.1%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7일 기준 광주은행이 출시한 '쏠쏠한마이쿨적금 정액적립식'의 1년 만기 정기적금 이자율은 2.0%다. 펀드 100개중 36개가 무위험 상품인 적금보다 수익을 못낸 일명 '깡통펀드'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 입장에서 마음 편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적금 대신에 펀드를 드는 건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서인데, 적금보다 펀드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운용사는 주식 투자를 대행해주는 댓가로 연 1% 안팎의 수익을 챙긴다.
깡통펀드는 다양한 펀드 유형에서 골고루 발생했다. 특히 대체투자형 펀드 가운데 '깡통펀드' 비중이 57.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투자형 펀드는 원자재, 부동산, 파생상품 등 대체투자(AI)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상품 특성상 변동성이 크고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아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5년 누적 수익률 -66%)'과 '이스트스프링원자재스마트초이스특별자산투자신탁 1(-36.6%)' 등과 같은 원자재 투자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또 부동산 펀드의 경우 만기가 지나도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이 급락하거나 매각이 되지 않으면 투자자 자금이 묶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는 펀드 수익률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물론 원금손실까지 입을 수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의 대표 상품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도 깡통펀드 비율이 28.1%로 나타났다. 5년 전 2000 안팎을 맴돌던 코스피 지수가 올해는 한때 2400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는데도 상당수 주식형 펀드는 연평균 수익률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그 중 가장 저조한 수익률의 불명예를 안은 펀드는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프랭클린그로스증권투자신탁(주식) 5'로 5년 누적 수익률은 -16%였다.
또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들의 장기 성과가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펀드 4개가 모두 최하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과 채권에 고루 투자해 안정성을 높이는 국내 혼합형펀드에서도 90개 중 34개가 '깡통펀드'에 해당했다. 그 중에서도 8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이 2006년 5월 내놓은 'KB장기플랜펀드'는 5년 수익률 기준 -18.8%로 최악의 실적을 냈는데 이 펀드에 아직까지 묶여있는 자금만 505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펀드의 경우 '어린이 펀드'라는 컨셉트로 장기 투자를 권유해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크다.
수년간 금리 하락기 수혜를 본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깡통펀드 비율이 30%를 넘는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나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없다는 점에서는 채권 투자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 깡통펀드 비중은 각각 17%, 13%로 국내에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 비교적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외 혼합형 펀드에서는 깡통펀드에 해당하는 펀드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산배분이 가장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림으로써 투자자가 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펀드들이 많다는 점은 운용업계 전체가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공모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6년동안 박스권을 보인 코스피를 감안
[홍장원 기자 /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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