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7일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신규 계좌 300만개, 여·수신 합계 3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은행권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보다 뛰어난 편의성, 저렴한 수수료, 낮은 대출금리 등을 무기로 인기몰이 하면서 일단 양적으로 보면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단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메기' 역할을 이어가려면 미사용 계좌 비율을 줄이고 서버 안정성을 높이는 등 단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27일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신규 계좌 수가 307만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신액(예·적금)은 1조9580억원, 여신액(대출)은 1조4090억원을 기록했다. 체크카드 발급 신청 건수는 216만건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신규 계좌 수는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의 27일 현재 신규 계좌 수(46만개)의 6배를 훌쩍 넘어선다. 수신액과 여신액에서도 이미 5개월여간 영업한 케이뱅크를 두 배 이상 앞지른 것이다. 체크카드 발급 신청 건수는 5배가 넘는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를 압도하는 확장성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탁월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돌풍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지난 17일 기준 입출금통장 중 잔액이 0원인 이른바 '깡통계좌'가 전체의 6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 개설만 하고 실제로 카카오뱅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8월 초 현재 케이뱅크 깡통계좌가 전체의 27.3%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치다. 카카오뱅크 출범 열기 속에 실적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초기 서비스가 삐거덕거리는 것도 시급하게 해소해야 할 문제다. 카카오톡 메신저의 대표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앞세운 디자인으로 체크카드가 20·30대 젊은 고객층에 호응을 얻고 있지만 카드 신청 후 발급까지 2~3주나 걸려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핵심 서비스인 저금리 신용대출은 영업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비스가 불안정해 대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카카오뱅크 앱에 접속해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 신청을 누르면 '현재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메시지만 나온다.
카카오톡을 활용한 고객상담 서비스도 서버 과부하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 아예 응답이
없거나 응답에 2~3일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뱅크 고객 응대율(14%)이 지나치게 낮다"며 인력 확충을 권고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고객 응대율은 50~70%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대출 상담을 빌미로 고객들의 주민번호 등 금융 정보를 요구하는 피싱사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