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갈곳 잃은 투자자들이 초단기 운용상품인 전자단기사채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두달새 발행잔고가 4조원이나 늘었다.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통해 거액 자산가들이 1억원 이상씩 뭉칫돈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3개월 만기 전단채에 투자하면 적게는 0.5%에서 많게는 1%까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기준금리 연 1.25%의 초저금리 상황에서 전단채가 예금이자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주식시장에 돈을 넣기에는 불안한 투자자들의 '임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반 전자단기사채 발행잔액은 지난달 24일 기준 17조8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말의 13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4조2500억원이 증가했다. 올 들어 3개월마다 평균 2조5000억원 가량 증가했던 전단채 발행잔액이 7~8월 두달 만에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본점영업점 PB팀장은 "보수적 개인자산가들이나 법인 자금이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의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증권사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전단채를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상반기부터 지난 7월까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인데다가, 북한 도발이나 미국·유럽 등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위험자산 투자를 섣불리 선택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SK텔레콤 KCC GS칼텍스 이랜드월드 한화건설 등 기업이 발행한 3개월 만기 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하면 기업에 따라 연 2~4%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회사들 가운데 신용도가 다소 낮은 기업에 투자하면 3개월 만에 1%의 수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단기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전단채 발행금리가 내려가 기업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에 단기자금 융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잘 맞물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섬의 경우 만기가 하루이거나 일주일 미만 전단채도 수시로 발행하고 있다.
전단채는 기업들이 보통 만기 3개월 미만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실물(종이) 증서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지난 2012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의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태로 곤역을 치른 금융당국이 이듬해인 2013년부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1년 미만 단기 CP 발행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단채 발행을 허용했다. 전단채도 만기가 3개월 미만일 경우 신고서 제출의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예탁결제원을 통해 자동으로 전산에 발행 통계가 잡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독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자방식이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발행 절차가 더 간편하고 미미하기는 하지만 비용도 조금 더 적게 든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억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CP의 경우 49인 투자제한 규정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경우 보통 3~5억원 이상이 아니면 투자하기가 어려웠다. 남궁환 흥국증권 구조화금융팀장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다소 낮은 기업의 전단채에 투자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를 떼고 연 4%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투자 기간이 워낙 짧기 때문에 손실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단기 투자 수단으로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10개 이상의 전단채에 분산투자하는 증권사의 전단채랩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누적 판매액 1조원을 넘긴 신한금융투자의 전단채랩은 3개월 평균 수익률이 2.1%다. 정돈영 신한금융투자 IPS본부장은 "등급(A2)이 비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