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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날 박 회장과 대구은행 간부 5명을 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하고 대구은행 제2본점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사관 50여 명을 동원해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5시간가량 대구시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과 박 회장 등 6명의 사무실, 자택 등 12곳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회장 등 6명의 사무실과 자택, 컴퓨터, 장부 등도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박 회장에게는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박 회장 등은 2014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주는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공제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일명 '상품권깡'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상품권 규모가 33억원에 달하고 이들이 현금화한 31억4000만여 원을 비자금으로 만들어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이 끝나면 자료를 분석하고 조만간 박 회장 등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과 용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대구은행 고위 관계자가 매달 수천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이와 관련한 투서가 쏟어지자 내사를 해왔다.
앞서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정기경영실태평가에서 상품권깡 혐의를 포착하고 검사를 진행했으나 수사권이 없어 상품권 용처 등을 추가 조사하지 못하고 마무리한 바 있다.
박 회장이 금융권에서 친(親)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경찰의 이번 수사를 '친박 인사 솎아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회장은 2014년 대구은행장 겸 지주회장에 부임했고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2020년까지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최근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친박계 공공기관장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지만 박 회장은 자진 사퇴설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 회장 거취 문제는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최근 사내 성추행 파문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비자금 조성 파문까지 일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대구은행 간부 4명이 비정규직 여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박 회장은 지난 7월 공식 사과와 함께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 설치, 성희롱 예방 및 남녀 양성평등 구현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다.
앞서 부산·경남 지역에 연고를 둔 BNK금융지주도 오는 8일 회장 후보를 최종 선정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앞두고 난관에 빠져 있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16일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4개월 만에 사임했고, BNK금융 임추위는 최종 후보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유력한 두 후보 중 외부 인사인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은 '정부의 낙하산'이란 반발을 사고 있고, 박재경 BNK금융 부사장은 '적폐' 프레임에 묶여 있어 어느 후보가 내정되든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BNK 임추위는 최종 후보자 선정을 두고 두 차례나 결정을 연기한 상태다. 다만 BNK금융, DGB금융과 함께 지방 3대 금융지주사로 불리는 JB금융(회장 김한)은 별다른 내홍 없이 내실을 다지고 있다. JB금융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JB금융은 "그룹의 성장 전략 추진과 제2의 도약을 위해 JB금융지주 회장직과 광주은행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JB금융은 지주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계기로 미래 사업에 대한 지주회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