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도발 이후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3270억원을 순매도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다음 날인 4일 66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5일 2107억원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3일 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5311억원이다.
이는 과거 핵실험 당시 외국인들의 움직임과 비교해 적지 않은 규모다. 외국인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 3거래일 동안 614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2~3차 핵실험 때도 이후 3일 동안 코스피 상장 주식을 사들였다. 북한이 4차 실험을 한 지난해 1월에는 2554억원 순매도 했지만, 5차(9월) 때는 222억원으로 매도 규모가 제한적이었다. 북핵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마다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는 의미다.
이번 6차 핵실험 이후에는 외국인 투자가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조정 강도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대화 채널을 단절한 상태라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기 어렵고,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불가능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는 게 핵심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진화되지 않으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 기반한 학습효과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하고, 엔화 강세로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수급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2분기 실적 시즌 이후 이익 개선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2분기 실적 시즌 이후 이익 개선세가 뒷걸음질 치면서 다른 신흥국 시장 대비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5일부터 28일까지의 주당순이익(EPS)를 비교했을 때 한국은 0.6% 증가한 반면, 멕시코는 2.6%, 러시아는 2.1%씩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의 EPS도 1.2% 늘어났다.
정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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