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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투자업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스웨덴의 스테나(Stena)가 인수를 거부한 삼성중공업의 세미리그(Semi-Rig·반잠수식 시추선)를 최근 노르웨이 선사 아케르그룹(Aker Group)이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이 시추선은 2013년 8월 스테나가 7억20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8000억원)에 발주했으나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선주사가 계약 해지를 요청해 런던해사중재협회를 통해 중재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아케르 측은 해당 시추선을 약 4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제 협상을 시작한 단계"라며 "내부적으로는 매각대금으로 4억5000만달러보다는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과도한 수준까지 치솟았던 삼성중공업의 미청구공사금액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청구공사금액은 공사를 수주해 진행했지만 못 받은 돈을 의미한다. 조선·해양 업종에선 수주를 한 뒤 배나 해양플랜트를 건조했지만 제때 받지 못한 대금이다. 삼성중공업의 미청구공사금액은 지난해 말 5조546억원까지 치솟은 뒤 올해 6월 3조6719억원까지 떨어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부실 시추선 수주잔액 문제를 한 단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4억5000만달러 규모로 계약이 체결된다면 미청구공사대금을 약 14%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엔스코에 발주했던 시추선 역시 하반기에 인도할 예정이기 때문에 미청구공사금액은 추가적으로 더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선 삼성중공업 시추선에 대한 이번 아케르의 움직임이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양플랜트 사업이 턴어라운드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케르는 해양플랜트시장이 침체에 빠지기 전 2011년 시추선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시추선을 22억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이젠 6년 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시추선을 사들이면서 이 사업에 다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케르는 업황에 따라 선제적으로 영리하게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는 선사"라며 "시추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건 글로벌 선두 업체들이 업황 개선을 체감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글로벌 해양 시추업체 시드릴이 미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것도 삼성중공업에는 호재다. 삼성중공업이 다 짓고 인도하지 못한 시추선 중 두 척의 발주처가 시드릴이기 때문이다.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시드릴이 실제로 파산신청을 할 경우 다 지은 시추선을 다른 선사에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6월 15일 1만3600원까지 오른 뒤 현재 30% 가까이 하락했던 삼성중공업 주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해양설비와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의 발주 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중공업의 예상 실적은 매출액 8조708억원, 영업이익 1177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2.5% 감소한 수치이지만, 흑자전환에는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