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뒤흔드는 공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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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매도 주체인 해외 헤지펀드 등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에 수수료를 주고 공매도를 대행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고 있어 공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반면 거래 내역이 드러나는 국내 헤지펀드는 공시제 시행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어 국내 기관 역차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전체 발행 주식 대비 공매도 잔고 주식 0.5% 이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4일 기준 외국계 금융기관이 223건으로 잔고 공시제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해 6월 30일의 171건에 비해 30.4% 증가했다. 반면 국내 기관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 공시건수는 지난해 6월 10건에서 현재 8건으로 줄었다.
전체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공시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변화를 따져봐도 외국계 기관은 지난해 6월 94.5%에서 현재 96.5%로 2%포인트 늘어났지만 국내 기관은 5.5%에서 3.5%로 줄었다.
공시 대상자별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 건수는 모건스탠리(92건) 크레디트스위스(32건) 메릴린치(27건) UBS(23건) 골드만삭스(21건) 순으로 외국계 IB들이 싹쓸이를 하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공매도를 할 때 IB에 연 1%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IB가 대신 공매도를 해주고 공매도에 따른 손익은 운용사가 가져가는 형태로 '스왑(Swap)'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외국인은 스왑 거래를 통해 실제 공매도 주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공시와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공매도를 하고 있지만, 국내 기관들은 개인투자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공매도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27일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 시행 이후 공매도 거래대금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 비중은 일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띠면서 일반 거래대금이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지 공매도 거래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금융위와 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과열 종목 지정제 시행 이전 4개월간 일평균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2550억원에서 시행 이후 4개월간 일평균 2926억원으로 14.8% 늘었다. 잇단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가 외국인들만 점점 활개치는 구조가 이어지자 개인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회사 측에 코스피 이전상장을 요구한 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처럼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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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부 세력들이 공매도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문제가 큰데 이를 신고해도 현실적으로 잡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벌어진 한미약품 미공개정보 유출 때에도 이를 활용한 공매도 거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금융당국과 검찰 모두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공매도 제도가 주식시장에서 합리적 가격 발견 기능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공매도를 없앨 경우 오히려 인위적인 주가 띄우기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공매도를 없앤다면 외국인이나 기관은 더 이상 코스닥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매도 악용 세력에 대한 처벌을
■ <용어 설명>
▷ 공매도 :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제3자로부터 빌려 매도하는 거래다. 매도 이후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해당 주식을 상환하면 차익을 얻는 구조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