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産銀회장 첫 기자간담회
문재인정부 초대 KDB산업은행 회장인 이동걸 회장이 취임 열흘째인 20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금호타이어 회생 방향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회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검토한 바를 근거로 사견을 말씀드리면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협조해서 고통을 분담한다면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이 회장이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을 언급한 것은 금호타이어 회생을 위해서는 임금 삭감과 채권단이 모두 참여하는 채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식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주주 겸 채권단과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광주광역시와 전남 곡성, 경기도 평택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독자 생존을 모색하는 한편 최근 불발된 매각은 경영정상화 이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P플랜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근 제출한 자구안을 승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 회장 측 자구안을 승인할지에 대해서는 "채권단과 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으로 다음주쯤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현직 경영진이자 우선매수청구권자인 박 회장과 만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업무와 관련해 면담이 필요하다면 만나겠지만 의례적인 면담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구계획안 평가가 우선이니 그 이후에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매각 대상 비금융자회사 중 최대 현안인 대우건설의 경우 매각이 "내년 초쯤 성사될 것"이라며 매각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은 지금 실사 단계를 거쳐 9월 말에 매각공고를 내기로 결정돼 있다"며 "순차적으로 절차를 거쳐 내년 초쯤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2015년 10월과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신규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 회장은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1차 자금 투입 이후 2차 자금으로 2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을 때 많은 비판을 들었는데 대우조선해양 유동성이 개선돼 이 중 6000억원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일단 회생 기반은 마련됐지만 핵심은 역시 조선업 시황이 어떤가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 업무는 원칙과 새 정부 국정과제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는 지양돼야 한다"며 "재벌개혁론자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를 위해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컨센서스가 생긴 것 같다"며 "혁신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이들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역동성을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점진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혁신·창업·벤처기업 지원을 늘리기 위해 대출·직접투자·간접투자·플랫폼을 통한 투자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이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태동 당시 경제수석에 의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된 이래 참여정부 초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연구원장을 거치면서 재벌개혁론자로 평가받아 왔다. 이 같은 개혁적·진보적 행보가 기업 구조조정이나 벤처 투자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