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장인 만나니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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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 지하에 방치돼 있던 보일러실이 청년 스타트업 실험 공간으로 변신했다. [김강래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만난 박종건 서큘러스 대표는 젊은 기업인들이 입주하기 시작하자 작은 변화들을 엿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저녁 6시면 문을 닫았던 세운상가에 청년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상가가 활력을 되찾았다고 했다.
가정용 반려로봇을 만드는 서큘러스는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생사업인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든 창작·개발 공간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했다. 서울시는 1단계 재생사업으로 세운전자상가~대림상가 구간 3층 보행데크를 정비하면서 17개의 스타트업 입주 공간을 마련했다. 30년 넘는 제조업 노하우와 장비를 갖춘 세운상가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 창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난 19일 공식 개장한 세운~대림상가 일대는 청년 기업인들의 실험실로 서서히 변신하고 있다. 무허가 점포와 건물로 가득 찼던 3층 보행데크는 전기 자전거·자동차 개발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메이커스 큐브'에서 미니 전기차와 전기 자전거를 만들고 있는 김광일 씨에이씨 대표는 "기존에는 일반 오피스에서 사업을 했는데, 우리 같은 제조업체들은 일반 건물에서는 활동에 제한이 있어 세운상가에 입주했다"고 설명했다.
씨에이씨는 단순 제조·개발을 넘어 학생 워크숍도 진행한다. 창업이나 제조업에 관심 있는 어린 학생들을 세운상가로 불러들여 일대에 대한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김광일 대표는 "진행 중인 워크숍은 LG재단의 '영메이커스 프로젝트'와 연계해 소외계층 학생들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향후 중견·대기업 등 민간 자금을 세운상가로 끌어들여 지역을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세운전자상가 지하에 위치한 방치됐던 보일러실은 어느덧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해볼 수 있는 '놀이터'로 바뀌어 있었다. 서울시와 서울시립대는 이 공간을 '세운캠퍼스'로 명명하고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한 기업은 물론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젊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세운상가 일대에는 특색 있는 카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새롭게 가게를 차린 경우도 있지만, 상가 지역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 단장한 곳도 적지 않다. 입주 기업인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도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후 새로 개장했다. 박종건 대표는 "작업 중에는 멀리 나가서 식사를 하기 부담스러운데, 바로 앞에 간단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림상가 끝자락에 위치한 한 식당은 이제 수십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를 잠정 고객으로 두게 됐다.
특히 스타트업들이 세운상가의 '장인'들과 다양한 제조 부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 기존 상인들 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봇 팔을 활용해 건축 등 산업현장의 혁신기술을 개발 중인 황동욱 테크캡슐 대표는 "필요한 부품을 다 조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장인들에게 특수 제작을 부탁할 수도 있다는 점이 세운상가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기존 상인들과의 교류나 협력이 수월한 편은 아니지만, 입주 스타트업은 반상회와 술자리를 통해 세운상가 '장인'들과의 교류를 늘려갈 예정이다. 17개의 스타트업은 단순 사업 확장을 넘어 '함께 가는 세운'을 꿈꾸고 있다. 김광일 대표는 "우리의 아이디어와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 '메이드 인 세운' 상품을 만들어 브랜드화하고 싶다"며 "그래야 세운상가 가족들 모두가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빈집에 '가치' 넣으니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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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시가 빈집으로 남아 있던 건물을 개조해 리모델링한 `하숙마을`. [사진 제공 = 주택도시보증공사] |
최근 도시재생의 화두로 마을공동체가 부각되고 있다. 허물고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재개발보다 고쳐서 다시 쓰고 노인과 청년 등 모든 세대가 소통 및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 모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조의 뿌리에는 현 정부의 도시재생 철학이 있다. 지역과 마을의 쇠퇴한 경제를 살리고 물리적 환경을 개선시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빈곤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미 영국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도시 정책이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 주도로 2014년 13곳의 국가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선정했다. 주택도시기금은 빈집 및 버려진 터를 활용한 공유경제공간, 창업시설 조성 등의 사업에 연 1.5% 저리 융자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3년이 지난 지금 곳곳에서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공주시는 옛 도심을 살리는 도시재생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국가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지정된 공주시는 도시재생 주민대학, 근대건축물 리모델링, 창작예술촌 조성, 청년창업 육성 등 주민이 발굴한 사업을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옛 도심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빈집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하숙마을이다. 공주시는 주민 의견에 따라 빈집으로 남아 있던 근대건축물 4채와 한일당약국 건물을 개조해 한옥으로 리모델링했다.
하숙촌의 원형을 보존하고 밥상, 연탄, 숙박 체험, 이야기 마당 등 주민이 제안한 프로그램을 재현했다. 1970~80년대 풍경과 정취를 그대로 품은 도심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었던 거리에 이제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운영된 하숙마을은 지금까지 300명의 투숙객이 이용했다.
공주시 재생사업에는 역사문화 관광코스도 있다. 기독교박물관, 중동성당, 옛 선교사가옥, 최초 우유급식소 등 근대문화유산이 밀집된, 과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지역 예술인과 주민들의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창작예술스튜디오에 입주한 전문가들은 전시·예술 활동을 통해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 활동 수익금은 관내 독거노인 복지를 위한 성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순천시도 도심 내 버려진 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창작예술촌은 도심 내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예술가의 창작공간과 지역주민 예술 체험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계 거장 배병우 작가가 창작예술촌 1호로 입촌해 사진 페스티벌, 순천 화보집, 작가와 떠나는 사진여행 등의 예술 활동으로 시민들과 소통했다. 김혜순 한복명인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전통복 전시 및 디자인 교육 등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조강훈아트스튜디오는 과거 중앙파출소 건물의 굴뚝, 내부 벽체 등 옛 요소를 그대로 살려 개관했고 공사 도중 발견된 무기고와 구치소 등 역사적 공간을 전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이처럼 공주시와 순천시는 유휴공간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도시재생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도시재생 뉴딜에서도 널리 응용될 전망이다.
[김강래 기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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