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구 행장 사퇴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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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2일 사퇴하면서 우리은행의 미래는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매경DB] |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와 근절을 지시한 이후 조사에 속도가 붙자 정부 외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일 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의혹은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힘겨루기로 인해 촉발됐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이번 채용비리 제보가 상업은행 출신인 이 행장을 흔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 이들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보된 문건의 채용 추천자가 모두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번 사태가 정부의 금융권 장악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이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MM PE 등 5곳의 과점주주에게 행장 선임권과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던 우리은행 지분(29.7%)을 넘겼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산하기관인 예보가 여전히 지분 18.4%(콜옵션 지분 제외)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자 '정부가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이 행장이 서둘러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은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 회원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새 정권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작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지주사 전환의 키를 쥔 은행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후임자가 다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등 우리은행 전반에 퍼진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명분 아래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입후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더해 정권 초기 개국공신을 챙기려는 움직임도 강해 내부 교통정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 부임할 행장이 이 행장만큼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의지가 있을지도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비은행 수익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우리은행 계획은 암초를 만났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2.4% 하락했다.
검찰의 금융권 수사는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하면서 이 중 약 10%인 16명을 금감원,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택과 사무실, 김 회장을 통해 아들의 금감원 채용 청탁을 한 수출입은행 간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7개 금융 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 증권금융 등 5개 금융 관련 공직 유관단체의 5년간 채용 절차 등 채
은행권은 이달 말까지 14개 국내 은행의 채용 시스템 전반에 대해 자체 점검할 예정이다. 점검 내용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도록 인사 내규가 잘 정비돼 있는지' '내규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등이다.
[이승윤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