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신용평가사가 보통 보수적인 관점에서 등급을 평가하기 때문에 등급 하락 시점이 기업가치의 최저점일 가능성이 큰 데다 기업도 경각심을 느껴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투자자들도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29일 매일경제신문과 한국신용평가가 2012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상장사 71곳의 평가일 전후 1년간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43.7%에 달하는 31개사가 등급 하락 후 주가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주식거래정지 상태여서 주가 추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대우조선해양은 제외했고, 여러 차례 등급이 조정된 기업은 개별적인 기업으로 분석했다.
주가가 떨어지다 신용등급 하락 후 주가가 반등한 기업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대한항공, 현대로템, OCI, GS, GS건설, SK이노베이션 등이었다.
지난해 6월 14일 등급이 떨어진 두산과 두산중공업은 등급 조정 당시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각각 6.5%, 15.7% 하락했다. 그러나 1년 뒤 두산 주가는 31.5%, 두산중공업은 16.6% 올랐다. 지난해 2월 등급이 하락한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1년 뒤 주가는 130.8% 상승했다. 2015년 2월에 비해 등급 하락 시점 주가는 67% 떨어진 상태였다. 두산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가장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때 등급이 조정된다"며 "등급 하락 전후 본격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등급이 하락한 시점은 2016년 3월 30일로, 당시 자회사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직전이었다. 한진해운 리스크로 인해 평가일까지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37%나 떨어졌다. 그러나 한진해운을 처분한 후 재무구조가 개선된 대한항공 주가는 상승기류에 올라탔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회사채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경영효율화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영 한국신용평가 IS(Investor Services)팀장은 "최근 등급이 떨어진 한 기업은 신평사를 고소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대한항공도 등급 조정 뒤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하고, 포스코는 국외 신평사의 등급 하향 압박을 받자 부채를 줄여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포스코와 한진, LG하우시스, KT, 효성 등 주가 하락세가 평가일 후 둔해진 기업도 15곳(21.1%)이나 됐다. 즉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중 64.8%는 주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신용등급 하락을 호재로 보기도 한다"며 "신평사는 해당 기업에 대한 모든 악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뒤 등급을 하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도 많다. 상반기엔 신세계와 현대미포조선, 호텔신라 등급이 하락했다. 이들 기업 역시 등급 하락 후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됐고, 롯데쇼핑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떨어졌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상반기엔 자회사 아시아나IDT 상장을 추진했고, 하반기엔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 지분 전량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2015년 말 991.2%에서 올해 3분기 740%까지 낮췄다"고 분석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은 2018년에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지주사 출범 후 그룹 전략이 외형성장에서
[윤진호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