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국제 자금이체 시스템 개발에 최근 착수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KEB하나은행은 자문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들 국내은행뿐 아니라 바클레이스, US뱅크, CIBC, HSBC 등 글로벌 은행 22곳이 공동 참여한다. 지금은 해외로 송금할 때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인 스위프트(SWIFT)의 중개를 거쳐 자금이 이동한다. 예를 들어 국내 제조회사가 베트남 납품 공장에 대금을 보내려면 국내 주거래은행을 통해 요청하고, 은행이 스위프트에 자금이체를 신청한 뒤 스위프트에서 이를 해외은행에 전달해 승인을 받는다.
하지만 블록체인 방식이 도입되면 은행끼리 디지털로 연동돼 자금을 직거래하는 은행 대 은행(B2B)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다. 그 결과, 자금이체가 실시간에 가깝게 이루어진다. 기존 중앙 서버 저장 방식에선 타 은행과 자금을 이체할 때 신뢰할 만한 중간 단계가 필요했지만, 장부를 분산해 공동 보관하는 블록체인 방식에선 이런 별도 중간자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금이체 과정에서 중개자가 사라지면서 수수료 역시 낮아질 전망이다. 스위프트망은 개인 간 해외송금에도 이용되는데, 향후 블록체인 기술이 개인 간 해외송금에도 적용되면 개인은 비용·시간 측면에서 이득을 얻게 된다.
R3는 아전트 프로젝트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이미 갖췄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은행권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를 최근 완성했다. R3 측은 "코다를 직접 이용하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제휴를 맺은 은행·보험회사·금융규제기관을 합치면 이미 100곳을 넘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코다 플랫폼 위에 탑재될 블록체인 국제 자금이체 서비스는 기초 개발 단계를 모두 마쳤다. 내년 상반기까지 파일럿 프로젝트를 완료한 뒤 정식 채택되면 보완 작업을 거쳐 상용화된다. R3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만큼 아전트 프로젝트 완성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R3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IT업체와 함께 바클레이스·US뱅크와 같은 글로벌 은행 등 60여 개 금융·IT기업이 속해 있다.
하재우 R3 한국총괄은 "이번 국제 자금이체 시스템은 금융권이 본격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첫걸음으로서 향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기업환경을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IT 구루'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블록체인으로 인해 기업이라는 개념마저 크게 뒤바뀌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한 것처럼 앞으로는 블록체인이 지배할 것이라는 미래상을 제시했다"면서 "블록체인은 파괴적인 기술로 금융은 물론 의료, 교육 등 사회 전반에
■ <용어 설명>
▷ 블록체인 : 분산 원장을 뜻한다. 거래 참여자에게 내역을 보내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다. 기존 중앙 집중형 거래 기록 보관 방식에서 진일보한 개념으로, 암호화폐 비트코인도 이 방식을 사용한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