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생활권 내에서 실제 이용 가능한 인프라스트럭처의 최소 숫자를 규정하는 '생활인프라 기준'을 도입한다. '최저임금'과 같이 기본적으로 인프라 시설에도 복지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수도권·대도시 지역엔 교통·의료·교육 등 편익시설이 집중되고, 일부 지방의 소외 지역엔 전무한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르면 2019년께 국내 인프라 투자 재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해 인프라 시설에 '생활인프라' 개념을 처음 도입하고, 최저 서비스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생활인프라 개념은 미국에서 시작된 '생활임금' 개념에서 따온 것이다. 최저임금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근로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임금 수준을 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최저임금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성북구·노원구, 경기 부천시가 2014년 조례 제정을 통해 생활임금을 도입한 예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행복 가치가 점차 중요해지는 데 반해 어떤 지역은 과도한 인프라 투자로 재원이 낭비되고, 어떤 지역은 수요에 비해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지역별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별로 일정 시간 내 이동해 도달할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의 최소 기준을 마련한 후 이에 미달하는 지역과 인프라서비스 부문에 우선 투자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기초지자체 228곳 중 23곳은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이 전무하고, 34곳은 분만을 위해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생활인프라 최소 기준이 되는 응급복지시설 기준이 '10분 내 도달 가능한 응급의료 기관 1곳 이상'이고 이런 의료기관이 없다면 정부가 해당 지역에 우선 투자해 응급의료시설을 설립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인프라 시설 지표가 '○○시도 인구 10만명당 5~7개' 식으로 너무 큰 지역 단위로 구성돼 있고, 접근거리·시간 등 측면을 고려한 실제 이용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긴급 의료서비스 측면에 속하는 응급의료기관의 경우 20분 거리에 몇 개, 30분 거리 내에 위치한 공연 시설 면적이 얼마 등 접근성 기준이다.
중앙정부 부처에서 일부 인프라 시설 설립 현황을 평가하고 있지만 지금은 지자체 평가 등에만 일부 적용되고 인프라 투자 선별 등엔 사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시공간 개념이 적용된 인프라 최저 기준을 연구해 마련할 예정이다. 최저 기준이 마련되면 예산 투자에 실제 적용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의 재정 투자를 비롯해 낙후지역 예산 등을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기본법·도시재생특별법 등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역별 생활인프라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빅데이터 형태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