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들에 대해 실태점검에 나선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11일까지 실태점검에 들어간다고 7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해온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총 6곳이다. 이번 검사는 은행들이 이들 가상계좌를 운영하는 데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한다. FIU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를 '고위험거래'로 규정하고 의심거래 등에 40개 이상의 체크리스트 의무를 부과했다. 이번 점검에서 이를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된다. FIU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과태료 등 금전 제재와 임직원 해임 등 신분 제재가 가능하다"며 "최악의 경우 계좌 폐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FIU와 금감원의 합동 검사는 이례적이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상화폐 투기 억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스템이 허술한 거래소를 퇴출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6개 은행에 만들어진 거래소 관련 계좌는 지난달 기준으로 111개다. 거래소는 은행에서 발급받은 가상계좌마다 최대 수백만 개의 가상계좌를 파생해 가입자들에게 이용하도록 했다.
111개 계좌의 예치 총잔액은 약 2조원이다. 이는 가상화폐 관련 사업자가 직접 은행에 알린 수치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로 실제 그 규모가 더욱 많이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일반 법인을 가장한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가 은행들의 눈을 피해 개설되고 있으며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중국과 거래하는 무역회사의 법인
이번 가상계좌 실태점검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 전환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달 20일 이후 각 은행과 거래소의 전산시스템 개발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