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역세권 중대형 아파트를 10억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실수요자, 투자자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응찰한 사람만 51명.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낙찰가는 13억5789만9990원으로 직전 실거래가인 13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강남3구를 포함한 서울 요지의 아파트 매물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매 아파트 낙찰가가 실거래가를 넘어서며 되레 시세를 선도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매도호가에 맞춰 매수를 제안하면 매도자가 호가를 올리는 일이 반복되자 지친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2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104.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인기 지역 아파트의 낙찰가는 감정가가 아닌 시세와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감정가는 시세의 90% 수준이다.
지난해 5월 경매가 진행된 공덕래미안2차 전용 84㎡ 역시 감정가(5억9400만원)의 111.2%인 6억6053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실거래가는 6억5000만원 전후였다. 경매가는 시세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므로 시세에 근접한 가격에 경매가 이뤄지면 호가는 더 뛴다. 집주인들 사이에 '경매가보다는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공덕래미안2차 동일 면적은 현재 7억원대 중반, 일원 목련타운은 경매 후 약 2주 만에 호가가 1억원 이상 치솟았다. 지금은 층수에 따라 14억원대 초반에서 15억원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는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예정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장미1차 아파트 전용 140㎡(복도 포함 150㎡) 입찰은 벌써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
최저입찰가가 10억4000만원으로 지난달 실거래가(17억원)보다 40% 가까이 저렴하다. 2015년에 감정평가가 이뤄진 후 최근 급등한 시세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높은 금액으로 낙찰되면 실거래가가 뛴 것과 같기 때문에 주변 시세를 또 한 번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