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
"규제혁파·교육개혁·노동개혁으로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고 돈줄을 창업·투자로 돌리는 작업이 선행하지 않으면, 소득주도 성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29일 경제·금융 전문가로 꾸려진 정책제언 모임인 민간금융위원회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히려 일본식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 충무로에서 가진 모임에서 발제자로 나선 조장옥 서강대 교수(전 경제학회장, 전 민간금융위원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형 저성장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이미) 경제 환경은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진 원인으로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투자 축소'를 들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기계를 비롯한 자본이 충분히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를 본 기업이 추가로 기계를 들이는 등 투자를 꺼리면서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기침체의 원인을 금융부문이 아닌 실물부문에서 찾는 이른바 실물가설(하야시-프레스콧 가설)이다. 조 교수는 "90년대 당시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토요 휴무제 도입, 공휴일 증대 등 제도로 인해 노동공급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노동공급 역시 최근의 노동정책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같은 정책은 노동공급을 줄여 자본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전형적인 정책"이라며 "이런 정책을 광범위하게 도입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가장 효과적인 정책인지 고민한 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성급한 추진은 금물이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급속한 최저임금 상승이라고 하더라도 물가상승 등 이유로 몇 년 지나면 효과가 없어지지만 이로 인해 줄어든 고용이 다시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노동시간 감축에 대해서는 "정부는 일률적 감축 대신 노동시간 감축주체인 노동자와 기업이 결정할 토대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는 "전체 노동자의 10% 소수 이익만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을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 등 문제는 노동조합이 초래한 과도한 정규직 보호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부터 착취하는 렌트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면 비정규직은 자연스럽게 정규직화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정부가 강조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조 교수는 "근본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개혁, 노동개혁, 규제혁파 등이 선행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현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며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며 "가계부채와 고용불안 등으로 현재는 소비 등 수요부문이 일어날 힘이 없는데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금 조달 흐름을 창업과 투자에 연결시켜 비교적 일어날 힘이 있는 공급부문을 일으킨 후에 소득주도 성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 일변도로 시장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 교수는 "모든 문제를 규제와 개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경제인식은 매우 안이한 것"이라며 "민간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규제 회피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책은 각료와 전문가에게 일임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정책 개입은 적폐의 근본"이라고 했다.
부처간 중복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 콘트롤 타워를 세울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빅데이터를 위해 개인 신용정보를 다룰 때 관련법도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으로 많고,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 너무 많은 부서가 관련되있다"며 "융복합 시대에 맞는 규제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근본적으로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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