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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금융감독원 공시를 마친 주요 대형사 10곳의 작년 기준 감사보고서와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016년 말 대비 2010억원 소폭 늘어난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5조1078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은 1년 내 갚아야 할 빚으로, 이 수치의 증가는 최근 국내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상장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빚이 늘어난 것은 반도체나 화학 업종 주요 상장사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 삼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분석 대상 10곳 중 삼성전자의 현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금은 작년 말 기준 1년 새 1조5663억원 줄어든 30조5451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단기차입금은 3조208억원 늘어 15조7676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화성공장에 신규 설비 투자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빚은 늘고 현금은 줄어든 것"이라며 "그래도 현금이 단기차입금보다 2배가량 많아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와 포스코도 1년 새 단기차입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났다. 두 종목의 작년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현금성자산보다 많아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현대모비스와 LG생활건강의 재무구조는 나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의 작년 말 현금은 2조4079억원으로, 1년 새 358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2179억원 감소해 작년 말 1조2355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이 빚보다 많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재무구조는 올해 더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조5022억원으로 작년보다 23.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모비스는 주요 차부품 공급처인 현대·기아차의 부진에 따라 작년에 자동차 모듈 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등 부진을 겪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물류 시스템 효율화 등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수익성을 높여 왔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실적 개선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물류 시스템 효율화로 애프터서비스(AS) 부품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 CEO(최고경영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올해 실적 개선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2004년 12월 취임 이후 올해로 14년째 회사를 이끌면서 최근 13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에 따라 현금은 1년 새 474억원 증가했고, 단기차입금은 213억원 감소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은 3862억원으로 차입금보다 무려 5.4배 많았다.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에 오기 전에 P&G 아시아본부 수석재무담당 임원 등을 거친 '재무통'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 LG생활건강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중국에서 고가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80%나 증가했다"며 "사드 악재에도 중국 시장에서 성장하면서 차별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