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사를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지만 GS건설은 '고(GO)'를 선택했다. 수주한 공사는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2015년은 국제유가가 연초부터 급락하며 발주처 상황이 어려워진 점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보탰다. 서로 쌓은 신뢰가 있는 만큼 일단 공사를 완성하고, 국제유가가 회복돼 상황이 나아지면 발주처도 대금 지급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7년 여름, GS건설은 사우디 라빅 플랜트 공사를 마무리했다.
9개월 후인 2018년 4월 6일, GS건설은 창사 이래 가장 놀라운 실적을 받아들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였던 1000억원대의 4배에 가까운 3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44%의 엄청난 급증이었다. 3년 전 손해를 감수하고 진행했던 사우디 라빅 현장에서 설계변경에 소요된 비용 1100억원이 들어온 것이다. 라빅 현장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등에서도 현지 상황 때문에 발생했던 설계변경으로 인한 비용 700억원이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GS건설은 한꺼번에 1800억원의 환입금을 받아들게 됐고, 이는 곧바로 '어닝서프라이즈'로 이어졌다.
플랜트 수주의 핵심이라 불리는 중동 현장은 설계변경이 많기로 유명하다. 사우디 라빅 현장만 해도 설계변경으로 인한 비용이 전체 수주금액의 10%에 달할 정도로 이로 인한 비용 변동성이 크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 상당수는 이 같은 설계변경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발주처 눈치를 보느라 일단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소명을 해 발주처에서 사후정산을 받는 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증빙자료가 부족했고 손해가 발생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을 지는 경우가 상당했다.
GS건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막대한 해외 플랜트 수주가 오히려 회사 재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취임한 2013년부터 설계변경은 그때그때 계약서상에 반영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공사를 하고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발주처는 이 같은 GS건설 방식을 반기지 않았다. 사후정산을 해 비용을 깎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 그러나 GS건설은 굽히지 않았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