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일 SK루브리컨츠는 금융감독원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남은 상장 일정을 취소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6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14일 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향후 공모 절차를 다시 진행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SK루브리컨츠는 앞서 2013년과 2015년에도 상장 예비심사 도중 철회서를 제출한 전력이 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앞으로 견조한 실적과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스페인 윤활기유 공정 개선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1위 고급 윤활기유·윤활유 제조 및 판매사로서 시장 선두 업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는 희망 공모가로 10만1000~12만2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그에 따른 공모 규모는 1조2894억~1조5774억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5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1.6~14.1배를 적용한 수치다.
다만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이 같은 공모가에 난색을 표하며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루브리컨츠는 주간사에 씨티글로벌마켓증권·크레디트스위스(CS)를 포함시키고 일찍이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게다가 국내 기관투자가 경쟁률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가 주간사로 참여했다. SK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인수인을 맡았다. 상반기 최대어 SK루브리컨츠가 공모 규모를 한껏 키우면서 수수료 수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보는 현대오일뱅크 다음으로 제일 공모 규모가 큰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한풀 꺾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정유주에 부여된 높은 PER를 그대로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윤활기유 시장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성이 정체돼 있는 데다 높아진 유가 변동성도 실적에 우려 요인으로 떠올랐다.
SK루브리컨츠는 공모로 기존 주식(구주) 765만9575주와 신주 255만3191주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구주를 내놓으면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는 최대 9345억원에 이르는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예상됐다. SK이노베이션은 상장 후에도 70% 지분을 갖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자회사 지분에 대한 자산 가치도 높아지게
이 같은 기대가 일부 반영되며 SK이노베이션은 이달 52주 신고가를 돌파하는 등 주가 상승세를 보여왔다. 모회사는 SK루브리컨츠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보다 기업 가치를 높게 잡아 기업공개를 결정했다. 한편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29%(2500원) 하락한 1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