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며 건설사 간에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흑석뉴타운 일대. [매경DB] |
10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지역 일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수주전에서 건설사가 개발이익 보증금, 이사비 등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가 발생해 법 규정에 위배될 소지를 판단하고 서울시에 사실 확인과 위배 시 시정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장에서 이사비 등 지원 행위가 시정되지 않으면 경찰 수사까지 의뢰하겠다는 것으로 작년 말 건설사들 간 수주전 과열 때에 이어 또다시 칼을 뽑아 든 것이다.
국토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대상은 최근 시공사 선정 과정을 진행 중인 강남 대치쌍용2차(재건축) 아파트와 흑석9구역(재개발)이다.
이어 국토부는 이사비 논란을 없애기 위해 올해 2월 9일부터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을 통해 건설사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무상 형태의 금전 지원을 일절 금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침이 전달된 이후에도 일부 건설사들이 이사비 등 무상 지원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조합 측에서 입찰 지침을 내면서 무상 이사비를 제안하라고 했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서울뿐 아니라 대다수 지역에서 1000만원 안팎 이사비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이사비 1000만원은 도정법상에 금지된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에 해당될 요소가 있다"며 "지자체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따진 후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마감한 흑석9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도 맥락은 비슷하다. 당시 롯데건설은 미래에 발생할 개발이익금 중 일부를 '이익 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 1가구당 3000만원씩 선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국토부는 "표면적으로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될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사비와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의미다. 반면 롯데건설 측은 "시공 품질을 향상하는 등 시공을 통해 발생하는 개발이익금 중 일부를 조합원에게 나눠 주는 행태여서 시공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사비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매일경제가 서울시에 관련 지침 시행 상황을 묻자 서울시는 최초에 "작년 합동조사 때도 500만원 정도까지 무상 제공에 대해서는 용인한다는 방침이고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무상 이사비 지급은 '한 푼'도 할 수 없다는 국토부 방침과 미묘하게 차이가 난 것이다. 실제 이런 서울시 측 해석 때문에 일부 건설사들이 500만원은 무상으로, 500만원은 대출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조합원에게 수주전에서 약속한 사례도 많다.
그러나 매일경제 취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시는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국토부 지침을 이미 2월 9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무상 이사비는 '한 푼'도 인정
[이지용 기자 / 최재원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