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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목이 단기 주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배당을 늘리고 있지만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의지는 약화돼 성장성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1년 새 나란히 0.4%포인트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네이버 주가는 올 들어 17일까지 각각 3.2%, 21.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1.3%)보다 하락 폭이 크다.
액면가를 50분의 1로 줄인 삼성전자는 같은 기준으로 연초 주가를 조정해 주가 등락률을 산정했다.
두 종목 모두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에 실적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D램 반도체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 1분기를 포함해 올해 영업이익이 6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53조6450억원)보다 19.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검색과 온라인쇼핑의 '절대강자' 네이버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0.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에 따라 순이익이 증가하고 배당도 대폭 늘리고 있다. 2015년 현금배당으로 3조687억원을 집행한 삼성전자는 2016년 3조9919억원, 2017년 5조8263억원을 배당하는 데 썼다. 2년 새 배당이 2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액면분할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주주환원보다는 배당에 신경을 써온 네이버도 현금배당을 최근 늘리고 있다. 2015년 321억원이었던 연간 현금배당 규모는 작년 425억원으로 2년 새 32.2% 증가했다.
이 같은 배당 확대는 실적 상승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외국인 지분율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일단 배당을 늘려 사실상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52.7%, 59.5%에 달한다.
최근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배당 확대를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 두 종목도 올해 배당 압박을 추가로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고 강력한 오너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 투자보다는 단기 배당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사태를 겪었고,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GIO)가 대기업 총수 지정을 꺼려 한발 물러난 상태라 중장기 사업을 위한 R&D나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상장사 중 R&D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삼성전자는 올 들어 투자 강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R&D에 4조3359억원을 썼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7.2%다. 작년 1분기(7.6%)에 비하면 매출 규모에서 R&D 비중이 0.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연간 R&D 투자 증가율도 배당에 밀리고 있다. 작년 삼성전자 배당 규모는 2016년 대비 46%나 늘었는데 같은 기간 R&D 투자비는 1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네이버는 올 1분기 3296억원의 R&D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2766억원)보다 늘어났지만 매출액 대비 비중은 오히려 1년 새 0.4%포인트 감소했다. R&D 투자 증가율이 매출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일부에선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3배까지 떨어져 있다. 같은 업종인 미국 마이크론과 애플의 PER는 14배가 넘는다. 실적 호조와 저평가 기대감이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