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과잉금융 현상이 경제 불안정성 확대, 소득 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학계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이 규모만 키우는 담보대출 위주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잉금융이란 금융 발전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줄거나 오히려 성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학계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금융학회(학회장 박영석)는 지난 1일 '금융과 경제성장·안정·분배'를 주제로 열린 정기학술대회 및 특별 정책심포지엄에서 이 가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적 측면에서 국내 은행 대출이 가계와 저생산성 부문에 집중돼 있고, 금융심화도가 2016년 기준 143%에 이르러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며 "경제성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08년 이후 대다수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줄었지만 한국만 유독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나타나면 실물경제 둔화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국내 금융의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발전은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국내 금융기관은 (발달 수준에 비해) 여전히 자산담보 위주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담보가 없는 소외계층이 금융에서 배제되는 불평등까지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 국내에서는 기업대출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이, 그중에서도 50인 이하 소기업의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박 교수는 "50인 이하 소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전체 기업의 8%에 불과한데 대출 비중은 27%에 달한다"며 "이 중에서도 부동산업(38%) 운수·창고업(13%) 도소매업(6%) 등 저생산성 부문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가 대출심사 능력 개선에 인적·물적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의 선진 금융기관은 대출 대상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 전문가 고용을 늘리거나 해당 산업군에서 대출심사역을 직접 발굴하기도 한다"고
서상원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금융사 실력을 나타내는 척도로는 △혁신기업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금융 지원 △한계기업 대출·생존 가능성 평가 △규모가 큰 '빅딜'에 대한 자금 공급 등을 들 수 있다"면서 "불행하게도 (국내) 금융혁신 부족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