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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더딘 편이다.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주요한 자산인데도 불구하고 관심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연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상당수다. 특히 저금리하에서 원리금보장상품 편중 현상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에서 90% 이상이 원리금보장상품과 대기성자금에 머물러 있다. 연금저축도 80%에 가까운 적립금이 보험에 맡겨져 있고, 펀드와 신탁과 같은 실적배당상품에 투자된 자금은 겨우 20%밖에 안 된다.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보니 수익률도 시중금리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투자란 장래에 더 많은 구매력을 얻으리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현재 구매력을 남에게 이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에서 위험은 단순히 자산가격의 오르내림으로 측정할 것이 아니라, 운용 기간에 투자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구매력 손실로 측정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원리금보장상품에 연금을 맡겨두는 것이 반드시 안전하다고만 할 수 없다.
장래 연금의 구매력을 증가시키려면 단기적으로 자산가격 등락 위험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다행히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운용에 있어 태생적으로 세 가지 안전장치를 내재하고 있다.
첫 번째 안전장치는 '장기투자'다. 사람마다 차이는 나겠지만, 연금을 적립하고 수령하는 기간을 전부 합치면 족히 20~30년은 된다. 그만큼 자산운용을 장기로 할 수 있다. 주식가격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장기간 보유하면 위험이 낮아져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안전장치는 '적립식 투자'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주가가 바닥을 치면 투자심리가 최악에 이르고, 반대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 중에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손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연금 투자자는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지 않고 일정 기간마다 나눠 투자한다. 따라서 잘못된 시기에 목돈을 집중 투자해 발생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세 번째 안전장치는 '분산투자'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계좌에는 채권형부터 주식형까지, 국내부터 해외까지, 액티브펀드부터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다양한 펀드를 담을 수 있다. 수명 연장으로 은퇴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