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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KIS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공식 출범했다. 사진은 출범식에 참석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송상엽 KIS인도네시아 법인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조니 KIS인도네시아 주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모낭 실라라히 KIS인도네시아 주주(왼쪽부터). [사진 제공 = 한국투자증권] |
유 사장이 직접 본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땅이자 한계의 땅이었다. 인구 1억8000만명에 풍부한 지하자원만 보면 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했지만 정치적·사회적 요건과 인프라스트럭처 부족은 걸림돌이었다. 고민하던 유 사장은 인도네시아에 증권사를 설립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했고, 대우증권은 결국 인도네시아 진출을 포기했다.
그러나 유 사장은 그때부터 인도네시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적당한 시기'가 오면 인도네시아에서 증권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시기'였다. 그로부터 8년 후 아시아 금융위기가 동남아시아 신흥국을 강타하면서 유 사장의 신중함은 옳은 것으로 입증됐다. 연간 6% 성장을 이어가던 인도네시아는 1998년 -13.8% 역성장을 기록하며 시장이 초토화됐다.
유 사장이 한국투자증권 사장으로 있었던 2008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인수 제의가 오면서 인도네시아 진출 기회가 한 번 더 왔다. 그러나 유 사장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시장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다음해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현지 기업 코린도그룹과 합작해 'NH코린도증권'(지분율 80% 보유)을 세웠다.
지난해 유 사장은 이제야 인도네시아 투자에 적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현지법인 인수에 나섰다. 세계 4위 수준인 2억6000만명 인구에 경제성장률도 연간 5%나 될 정도로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여전히 증권거래 계좌가 75만개(인구수 대비 0.3%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점을 주목했다. 한국의 앞선 리테일 영업체계만 도입하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은 큰 힘이 됐다. 한국투자증권을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김 부회장은 인도네시아를 몇 차례 방문하며 현장을 둘러봤다.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62억원의 현지 증권사 단팍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중위권 규모였던 회사를 반년 만에 인도네시아 106개 증권사 중 11위의 대형사로 키웠다. 유 사장은 지난 9일 자카르타 땅을 다시 밟았다. 30년 만이었다.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할 'KIS인도네시아'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KIS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선진 주식매매 온라인 시스템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현지에 도입해 리테일 영업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유 사장은 출범식에서 "2010년 베트남 현지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5년 만에 10위권 내에 진입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5년 이내 현지 5위권 증권사로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자산운용사도 진출해 현지 금융시장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