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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희망 고문이라고 부를 정도로 지겹게 듣고 있는 문장이다.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인데, 절대적 수치 및 상대적 수치를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코스피가 2300선인 현재 2018년 이익 기준 PER는 9배, PBR는 0.95배 내외인데 절대적으로도 낮은 수치이며, 글로벌 평균 또는 신흥국 평균으로 보더라도 30~50% 저평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저평가'는 한국 증시의 꼬리표처럼 항상 붙어다니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낮은 배당수익률 △기업 지배구조 등을 주로 꼽고 있다. 과연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없을까.
올해 상반기 미국의 두 차례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외환 유출 우려로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 등의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때도 한국과 대만 증시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6월부터 두 국가 증시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홍콩 포함)은 32%, 미국은 12%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양국 무역의존도는 69%에 달하다 보니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출기업들의 매출 감소 가능성이 크게 작용했으며, 이 시기에 수출주 약세, 내수주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2017년 코스피 22% 상승은 2012년 이후 이어진 5년간의 박스권 장세 탈피라서 상당히 의미가 있는데, 이는 2016년 대비 5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기업 이익에 근거한다. 수년간 매출액은 정체를 보였으나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 절감, 빅배스(대규모 부실 털어내기) 마무리,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러한 이익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선 매출 성장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현재 국내 기업들의 매출 전망은 무역전쟁 이슈와 구조적인 산업 문제로 여전히 정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뉴스는 자주 언급되고 있다.
결국 한국 증시가 만성 저평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매출액 증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걸 뜻한다. 저성장 국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욱 고성장하는 기업들을 찾으려 하고, 그 기업들에 비싼 가치를 주려고 한다. 그 자체에 희소한 가치가 있으며, 기본적으로 주식
주식을 사면서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저주하는 사람은 없다. 혼란스러운 최근 장세에서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관련주들의 신고가 행진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