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급전을 조달하는 대부업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대부업체들이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대출 승인율은 10%대 초반에 그치고 있고, 업계 1위 산와대부는 터키 리라화채권 투자에 나섰다가 120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도 입었다.
상한금리 인하에 직면한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보다는 기존 대출채권 관리와 본업 외 다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저신용 서민들의 대출절벽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3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산화머니 브랜드로 잘 알려진 산와대부가 자기자본의 30%에 해당하는 수준의 터키 리라화채권 투자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봤다.
산와대부는 지난 5월 약 16억TRI, 원화 기준 약 4000억원 규모의 터키 리라화채권에 투자했다가 약 1230억원(14일 기준)의 평가손실을 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한 환헤지가 이뤄지지 않아 터키발 금융불안 확대 속에 손실 폭을 키웠다.
산와대부의 최근 3개년 평균 영업이익이 183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는 단일 건으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손실 자체도 화제지만 그 속사정에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다.
산와대부는 일본의 같은 계열인 산화흥업으로부터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국내 시장에서 대부업 1위사로 성장했다.
일본의 경우 정치논리로 상한금리가 대폭 인하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현지 대부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음성화됐다.
반면 한국 시장은 2002년 상한금리가 연 66%에 달해 일본 대비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됐고,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대부업 시장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아 정치적 이유로 상한금리 인하가 진행되고 있고 최고금리는 현재 연 24%로 떨어졌다. 연 20%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결국 상한금리 인하 여파로 분기별 대출채권 회수규모만 5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2000억원 내외의 이익을 창출하는 산와대부가 리라화채권에 투자하게 된 것이다.
현재 대형 대부업체 중심으로 케이블 TV 광고 등을 통해 영업을 하고 있으나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을 맞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신규영업이 아닌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 등을 통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 TV 광고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자금조달도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형사 중심으로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 불똥이 대부업을 넘어 저신용 서민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학계의 분석을 보면, 최고금리 인하 시 금융권 전체에서 고신용자와 중신용자의 신규차주 수는 증가한 반면, 저신용자는 감소했다. 저신용자 신규차주 수는 2010년 7월 6만5000명에서 2017년 7월 3만6000명까지 44.6% 줄어들었으며, 총 배제금액도 4조6000억원(은행 2조2000억원, 비은행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2년 연 66%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계속 떨어져 2016년 3월 연 27.9%, 올해 2월에는 연 24%로 낮아졌다.
사카노 토모아키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지난 2006년 정치논리로 상한금리를 연 29.2%에서 20%로 대폭 인하한 후 대부업체수가 1만1832개(2007년 3월)에서 2350개(2012년 3월)로, 대출 잔액이 10조엔에서 3조엔으로 급감하며
제도권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에서 퇴출된 저신용 서민들은 고리의 불법 사금융 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법당국과 소비자로부터 의뢰받은 총 1679건의 불법 사금융 피해 내역을 분석한 결과 평균 이자율은 연 1170%에 달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