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다음달 열릴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앞두고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연구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가 다음달부터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은행산업의 경쟁도를 평가하고, 올 11월께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의 경쟁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추가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금융위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인터넷은행법 시행 전에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제정한다. 경쟁도 평가위 결과가 나오고 하위 법령이 마련되면 이 둘을 반영해 이르면 올해 말 대주주 자격 요건 등 인터넷은행 인가 방침을 내놓게 된다. 인가 방침이 나오면 금융위는 내년 2~3월 인터넷은행 운영을 희망하는 업체들로부터 인가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내년 4~5월에는 예비인가를 내줄 전망이다. 금융위는 2015년 1, 2호 인터넷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줄 때처럼 이번에도 여건이 된다면 제3, 제4 인터넷은행을 한꺼번에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인가 후 인터넷전문은행 새내기들은 전산망 구축이나 인력 확보, 상품 개발에 돌입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사례에 비춰 보면 영업 개시까지는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2020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인공이 될 후보 기업들은 연말 시행령 발표 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예정이다. 대주주 요건을 경제력 집중 영향과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ICT 자산기준이 중요한 변수다. ICT 자산기준을 그룹사 전체 50% 이상으로 하자는 게 국회의원들의 중론이지만, 참여 희망기업이 적다고 판단될 경우 기준을 하향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ICT 자산기준이 절대적으로 높은 전통 IT기업들을 가장 중요한 후보군으로 꼽는다. 규모로 보면 ICT기업 중 포털업체와 게임업체로 좁혀진다. 포털은 사실상 네이버 한 곳이며 게임은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소위 3N이 물망에 오른다. 다만 이들 1후보군은 정작 당사자들의 의지 여부가 문제다. 현재까지 꾸준히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고려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작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금융산업 참여로 인해 본업인 IT 모기업까지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이를 감당할 만한 (인터넷전문은행)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다음 후보군으로는 융합 IT기업들이다. 유통과 IT를 합친 인터파크나 IT형 증권회사를 표방하는 키움증권이 대표적이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을 사업계획에 포함하고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앞선 두 은행인 카카오나 KT에 비해 규모 면에서 대어(大魚)로 구분되긴 어렵다. 인터파크의 지난해 매출은 4825억여 원으로 2조원 규모인 카카오의 4분의 1
1군과 2군이 모두 선택지에서 제외될 경우 남은 곳은 3군인 전통 대기업이다. SK텔레콤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ICT 자산이 그룹 전체로 보면 50%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게 문제다. 총수 대기업 절대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