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에 이어 네 번째 상장 저비용항공사(LCC) 자리를 노리는 에어부산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태풍과 지진에 따른 일본 노선 운항 차질에 유가 상승이라는 겹악재가 터지면서 상장 저비용항공사들의 주가가 내리막을 타고 있어 에어부산도 제값 받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5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티웨이항공은 8810원까지 하락해 지난 8월 1일 상장 이후 최저가를 경신했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1만2000원으로 현 주가는 공모가 대비 26.6%나 하락한 금액이다.
첫번째 상장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과 두번째 타자였던 진에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항공의 주가는 3만4800원선으로 52주 최저가 3만2000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제주항공의 주가도 지난 8월 초 이후 두달여 만에 19.3% 떨어졌다. 면허 취소 위기를 넘긴 진에어도 같은 기간 14.6%나 떨어졌다. 현 주가는 2만400원으로 사상 최저가 1만99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상장된 저비용항공사 3사의 주가 하락은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에어부산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1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개월 전 상장한 티웨이항공의 경우 공모가 산정시 주가수익비율(PER) 16.61배에 할인율 21~31%를 적용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액 5616억원, 영업이익 344억원, 당기순이익 284억원을 달성했다. 티웨이항공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에어부산의 공모가 밴드 기준 시가총액은 3255억~3726억원 수준이다.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는 5000억~6000억원 규모의 몸값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게다가 티웨이항공은 공모가 밴드를 1만4600원에서 1만6700원으로 정했지만 수요예측 결과 확정 공모가는 1만2000원으로 낮아졌고 현재 주가는 9000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제주항공의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 PER은 8.6배, 진에어는 7.2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두 회사 평균인 PER 7.9배 수준을 적정 밸류에이션이라고 한다면 에어부산의 예상 시가총액은 2244억원까지 낮아진다.
통상 3분기는 항공업계 최대의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 노선이 태풍, 지진 등의 자연 재해로 운항에 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5일간이나 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또 지난달 6일 훗카이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신치토세공항도 일시 폐쇄됐고 지난달 30일에는 태풍 짜미의 영향으로 간사이공항이 또 다시 폐쇄됐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이 항공사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 에어부산 기준으로 연료비는 전체 영업비용의 1/4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3일 76.41달러까지 올라 4년 만에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을 앞두고 공급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3분기 평균 항공유가가 전년 대비 37.4% 증가한 상황인데다 10월 들어서도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실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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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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