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상승기 주택 관련 대출 2題
3년 혹은 5년간 금리가 고정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국내 장기 금융채를 따라가는데, 이 장기 금융채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현지 기준금리 상승 분위기로 인해 급격히 뛰었기 때문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KB국민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52~4.72%로 전주 3.47~4.67%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5년간은 고정금리, 이후에는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이 기간 각각 0.02%포인트씩, KEB하나은행은 0.021%포인트 오르는 등 주요 은행 금리가 0.02~0.05%포인트 뛰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 3일(현지시간)의 결과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2%포인트 오른 3.18%로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장중 한때 3.246%까지 치솟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 기준금리는 여전히 중립 금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언급한 것과 견실한 미국 경제성장 관련 지표들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데 따른 것이다. 한번 오른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3.244%를 유지한 채 거래를 마쳤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은 곧 국내 금융채 장기물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랐던 지난 3일, 즉 한국시간으로 4일 2.3847%였던 국내 금융채 5년물 AAA등급 금리는 8일 2.4287%로 0.04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채는 은행채 등 금융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은 6개월이나 1년 만기 단기물 채권 금리는 1년 만기 신용대출, 5년물 이상 장기물 금리는 상환기간이 최대 30년으로 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는다.
특히 은행들이 파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5년 동안 시중금리가 올라도 대출금리 조정이 안 되는 일시적 고정금리 상품이다 보니 은행들은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고정금리 적용 기간과 똑같은 5년짜리 금융채 AAA등급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기준금리로 쓰고 있다. 국민은행을 포함해 주요 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뛴 이유다. 즉 '미국 기준금리 인상→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인상→한국 5년물 금융채 금리 상승→한국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과정이 이뤄진 것이다.
대출을 끼고 집을 샀거나 구매할 예정인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오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많은 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난 1월 말 국민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3.34%, 현재는 3.58%다. 2억원을 20년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린다고 가정할 때 내야 하는 총이자는 각각 7444만8760원, 8035만6270원으로 후자가 약 591만원 더 비싸다. 상환기간을 30년으로 늘리면 이자 차이는 962만원으로 커진다.
미국발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