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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액면분할 효과로 주가가 싸지자 대거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 손해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내년에는 실적을 회복해 주가도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외국인 주주는 17일 363만7939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지분율은 2.2%다. 매각 가격은 이날 종가(13만원)에서 8.9% 할인된 12만1600원으로 책정됐다.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10.3%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이 밖에 오펜하이머펀드(5.1%), 블랙록(5%) 등이 주요 주주다. 업계에서는 이번 블록딜 매각 주체로 오펜하이머펀드를 지목하고 있다.
업계는 매각 물량이 많은 데다 할인율도 높아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할인율은 지난달 삼성물산의 블록딜 수치보다 큰 수준이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는 정부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요구에 따라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약 5% 할인율에 전량 매각했다. 정부 압박에 따른 매각보다 네이버 외국인 주주가 더 싼값에 내놔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실적 부진에 따른 성장성 둔화가 주된 이유로 나오고 있다.
최근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늘리면서 실적이 부진한 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신흥국 투자 매력이 감소한 데 따른 블록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5% 이상 주요 주주가 보유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내놓은 데다 할인율이 높은 편인데 이렇게 되면 물량을 받아간 기관이나 외국인은 곧바로 시장에서 팔아 차익 실현의 욕구가 커지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다른 주주들도 불안감에 급하게 매도하는 수급상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개인은 되레 이달 네이버를 담아왔다. 지난 12일 단행한 액면분할로 주가가 5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액면분할은 원칙적으로 기업 가치 자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주가가 낮아지면서 작은 규모로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은 거래정지 기간을 제외한 12일 이후 최근 5거래일 동안 187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그러나 주가는 12일을 제외하면 4일 연속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총 순위(삼성전자우 제외)도 11위로 전일 대비 두 계단 하락했다. 네이버의 시총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올해 6월 7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역시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기업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네이버가 거래정지 상태이던 지난주에 증시가 많이 하락해 뒤늦게 조정받은 원인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2% 감소한 1조374억원으로 추정된다. 광고와 쇼핑 관련 매출은 늘고 있는데, 인건비와 각종 투자비가 늘어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투자비 증가가 둔화되는 내년에는 이 업체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0% 늘어난 1조2494억원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3분기를 포함해 올해는 비용 증가에 따른 단기 실적 부진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고나 쇼핑에선 워낙 국내에서 독보적 위치이며 해외에서도 라인 등 자회사의 실적 호재 요인이 있어 내년에는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