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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는 이유에 대해 외국인 동향을 가장 잘 아는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대외 요인뿐 아니라 대내적으로 한국 경제와 기업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높은 중국 경제 연관성과 더불어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부 정책, 한국 증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주 고점 논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펀드들이 한국에서 빠지고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올해 중국 증시가 많이 떨어진 데다 MSCI 신흥시장(EM)지수의 중국 A주 편입 비중 확대 이슈 등이 있어 중국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정치적 위험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이 같은 정치적 위험은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대외 민감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글로벌 경기 위축에 대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에서 한국이 비중 축소 대상이 됐다는 시각이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중국 경기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고,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문제"라며 "외국인 자금은 최근 탈신흥국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 증시도 위험자산이니 매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명환 CLSA코리아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시장은 외국 자금 비중이 큰데 최근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서는 한국이 반자본시장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인이 한국 경제에 대해 갖는 믿음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무제 추진·정부 주도 고용에 따른 민간 고용 구축 등도 주주 입장에서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시장은 지난 1월 고점 대비 시가총액이 100조원 넘게 줄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1월 29일 330조원에서 이날 기준 222조원으로 감소했다. 2월 셀트리온(30조원)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부진한 모습이다. 코스닥 거래대금도 1월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7조5397억원에서 10월 기준 2조7786억원으로 반 이상 감소했다. 연초 코스닥시장에 관심을 보였던 기관과 외국인의 10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 2541억원, 3831억원으로 약 40% 감소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 아시아리서치센터가 26일 한국 증시에서 풋옵션을 매수하라는 리포트를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풋옵션은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파생상품이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 증시 하락장에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코스피200풋옵션을 매수하라"고 권고했다. 코스피200풋옵션은 S&P지수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함과 동시에 효과 대비 비용이 싸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시장 하락 때 최적의 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외국인 매도의 진정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전 CIO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지만 밸류에이션이 싼 만큼 투매보다는 투자 기회를 찾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며 "비싼 고PER 종목 투자는 현 상황에서 적합하지 않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라 신용융자잔액, 미결제약정, 현물·선물 연계 포지션 등을 확인하고 시장이 불안 양상을 보이면 시장운영비상대책반을 가동할 방침이다.
[한우람 기자 /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