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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펀드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969개(펀드별 최신 운용보고서 기준)로 나타났다. 국내 설정된 주식형 펀드가 1259개인 점을 감안하면 펀드 중 78% 이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가 개별 펀드의 순자산 규모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편입 비중을 감안해 계산한 결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 규모만 5062억원에 달했다.
개별 펀드로는 미래에셋TIGER200헬스케어 상장지수펀드(ETF)가 전체 주식 자산에서 20.59%를 투자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담고 있는 비중이 펀드 중에서 가장 컸다. 투자 총액 순으로는 삼성KODEX삼성그룹주 ETF가 638억원(순자산 중 6.3%)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펀드 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 펀드에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펀드(7.86%, 252억원)가 투자 비중과 총액 측면에서 선두를 달렸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삼성바이로직스가 거래정지되더라도 펀드 환매 등 투자자 대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거래정지 중인 상태에서는 주가 변동이 없어 당장 펀드 수익률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다른 종목은 거래가 가능하고, 일부 펀드는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현금성 자산을 포함하고 있어 거래정지 중에도 펀드 환매는 각 거래일마다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펀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펀드 투자자들이 거래정지 기간 중에도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이후 손실 폭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펀드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거래정지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신해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다른 주식을 팔아 환매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는 추가 펀드 수익률 하락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환매세가 커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신 계속 다른 주식을 매도해 나가야 하니 하락장인 상황을 감안하면 펀드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상장폐지 전 마지막 정리매매 단계에선 추가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오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나 삼성그룹주 펀드, 일부 4차산업혁명 펀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편입 비중이 커 거래정지 기간 중 펀드 환매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편입 비중이 큰 상위 10개 펀드 중에서도 9개 상품은 헬스케어 펀드와 삼성그룹주 펀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폐지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극단적인 결과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높다. 이 때문에 거래정지 기간 중 무리하게 펀드 환매에 나서기보다는 향후 주가 반등을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에도 무게가 실린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이슈로 투자 비중이 큰 펀드 수익률이 지난 4월 이후 계속 고전해왔다"며 "지금 펀드 환매에 나서게 되면 사실상 바닥에서 팔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폐지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거래 중지 기간에 펀드 환매에 나서는 것이 좋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점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