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각에서는 코스닥시장 수급이 비어가는 상황에서 벤처 활성화가 이뤄지려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17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보였다. 이는 2016년 12월 28일부터 2017년 1월 31일 사이 22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거래소 전산상으로 수치 확인이 가능한 1999년 이후 기관이 코스닥시장에서 17거래일 이상 매도 우위를 나타낸 적은 이날까지 12차례 있었다.
지난 17거래일간 기관의 코스닥 누적 순매도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기관은 2016년 12월 28일부터 2017년 1월 31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할 때도 668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데 그쳤다. 2006년 1월 17일부터 2월 20일에는 무려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였는데 당시에도 기관 순매도액은 8779억원으로 이번보다 적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관의 코스닥 순매도 이유에 대해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면서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를 환매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올 초 코스닥 활성화 기대감에 힘입어 자금이 ETF 형태로 코스닥시장에 많이 유입됐는데 시장이 부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ETF를 환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기관 매도로 잡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업종 측면에서는 최근 제약·바이오 부문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된 상태라 자금 유출이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7거래일 동안 기관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코스닥 종목 1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1172억원)가 차지했다. 에코프로(594억원) 펄어비스(535억원) 신라젠(500억원) 포스코켐텍(445억원) 인트론바이오(423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피 부진이 코스닥시장의 매력을 떨어트린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닥시장은 위험도가 높지만 기업들의 성장성이 높아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피가 2000선 초반을 맴돌면서 중·대형주와 가치주의 가격이 떨어졌다. 이들 종목에 투자하면 코스닥 종목에 비해 낮은 위험성을 지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상대 투자매력에서 투자 힌트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대형주와 가치주도 중소형주 못지않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가격까지 떨어졌다"며 "어차피 기대 수익이 비슷하다면 위험이 조금 덜한 중대형주에 투자하는 편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회계결산기가 다가오게되면 실적에 기준한 가치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데 코스닥기업은 대부분 실적보다는 성장성이 주가 동력 요인"이라며 "올 한 해 실적 전망이 많이 어긋난 기업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비중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관투자가는 다른 투자 주체에 비해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7.36% 감소했다.
여기에 연말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를 피하려는 개인 투자자 매물이 나올 수 있어 12월까지는 코스닥 수급에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수급 압박이 나타나면서 코스닥시장을 혁신기업의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에도 차질이 생겼다.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등은 앞서 코스닥벤처펀드 출범으로 연내 코스닥 신규상장이 100개 종목 이상 될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61개다. 현재 거래소에서 코스닥상장 심사 승인을 받은 종목은 40개인데 이들이 모두 연말까지 상장을 마친다면 100개를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종목들의 경우 상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벤처 활성화 펀드도 결국은 수익률이다. 아무리 정책적 지원이 있더라도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에 계속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며 "규제 완화나 기업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다면 코스닥 지수 상승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밝혔다.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