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금리인상 감속 시사 ◆
30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은 막판 고민이 깊어졌다. 금리 인상 신호가 누적될 대로 누적됐지만 거꾸로 최근 발표한 경기지표는 하나같이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되레 금리를 낮추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고수하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통화정책에 대해 비둘기파적 발언까지 내놓는 바람에 막판 혼선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이 한은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는데 이마저도 힘이 빠졌다. 경제와 시장 상황은 '적어도 동결'을 가리키는데 '이번에는 올린다'는 시장의 기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내외 금융권에서는 파월 의장의 중립금리 발언을 놓고 그동안 빠르게 금리를 올렸던 미국이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속도를 늦춘다면 내외 금리 차라는 국외 문제 대신 가계대출과 경기 상황 등 국내 문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30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아직도 우세하다. 박 교수는 "이미 한은은 시장에 여러 차례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왔다"며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통화정책 당국의 신뢰 차원에서 누적된 금리 인상 신호를 이번에는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올린 이래 다음 인상을 계속 늦춰왔다. 인상 깜빡이를 너무 오래 켜둔 상태라 이번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실기했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온다.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 저금리 부작용이 올해 초부터 제기됐고, 경기 하강도 이미 예측된 바였다. 종전
이 때문에 30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려도 '뒷북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동결하면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 한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