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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의 고용 확대 정책 속에서도 이들 종목은 다른 계열사와 중복 사업이 많은 탓에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줄고 실적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수그러들면 그룹 내부의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에 외국인들이 이들 주식을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주식은 삼성물산으로 1조58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또 외국인 순매수 '톱10'에는 삼성SDS(4881억원·이하 순매매 규모), 삼성엔지니어링(4126억원)이 각각 4위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그룹은 한 종목씩만 포함됐는데, 삼성은 세 종목이나 포함됐다.
반면 같은 기간 순매도 1위는 삼성전자(-5조968억원)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각각 3869억원, 28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들 삼성그룹 계열사 6곳은 작년보다 올해 실적이 늘어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순매수가 나타난 3곳은 실적 개선에도 직원 수가 줄어들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들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 서로 겹치는 사업이 많아 그룹 내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중복 사업을 보유한 계열사들은 이익이 증가해도 쉽사리 직원을 늘리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 사업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정보기술(IT) 서비스 쪽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물류 서비스에서 삼성물산과 삼성SDS가 서로 중복된 사업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이 좋다고 인력을 늘리면 향후 사업 개편 때 구조조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직원 수(9월 말 현재)는 작년 말 대비 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SDS와 삼성엔지니어링도 직원 수가 각각 1.8%, 0.9%씩 줄었다.
최근 정부는 각종 규제를 내걸며 금융 계열사들(삼성화재·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라고 종용하고 있는데, 이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약화를 뜻한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오너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 간 합병과 사업 개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SDS의 IT 서비스와 물류 사업을 분할해 IT 사업은 삼성전자에 합병하고, 물류는 삼성물산에 합친다는 것이다. 합병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9.2%)과 삼성전자 지분(0.65%)을 스왑(주식 교환)해 삼성전자 지분율을 끌어올린다는 시나리오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와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0일 기준 각각 1조4273억원, 1조4862억원으로 두 주식 지분 가치에 큰 차이가 없다.
증권사 연구원은 "금융계열사가 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면 이 부회장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물산(17.08%)과 삼성SDS를 지렛대로 삼아 지배력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패션사업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삼성물산 패션사업은 2015년 영업적자 8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과 작년에도 적자에 그쳤다. 지속적인 브랜드 정리와 효율화 작업에도 패션사업은 올해도 3분기까지 적자 12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패션사업 부진에도 삼성물산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1431억원으로 작년(8813억원)보다 29.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 중 75%를 차지하는 건설부문이 패션의 적자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자산 매각 등으로 현재 현금성 자산 4조2000억원을 확보했다"며 "향후 지배구조 개편이나 사업 구조조정에 중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부동산 규제로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중복 사업이 많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치는 것이 그룹 차원에서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들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과거 저가 수주 여파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3년간(2015~2017년) 인력 1200명을 감축했다. 작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308.7%에 달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올해도 직원 수는 0.9% 줄었다. 향후 그룹 내 사업 개편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