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부산에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거의 1년 만에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예산을 얼마나 집행하고, 이를 위해 민간 영역에서 얼마를 투자받겠다는 등 아직까지 두루뭉술한 자금계획만 있을 뿐 디테일과 실행계획은 하나도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초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제안해 주도하는 '민간 스마트시티'도 추가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약조차 없다.
26일 국토교통부는 국가스마트시티도시위원회를 열고 국가시범도시(세종 5-1 생활권·부산 에코델타시티) 공간 구상과 사업 규모, 정부 지원, 주요 콘텐츠 이행 방안 등을 담은 '시범도시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시행계획에는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주로 담겼다. 우선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 지자체 등 공공 영역은 교통·에너지 체계 등 '도시 기반'을 조성하는 데 향후 3년간(2019~2021년) 2조4000원을 투자하게 된다. 세종 시범도시에 9500억원, 부산 시범도시에 1조45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투자 규모도 확정했다. 민간 기업이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같은 기간 1조2900억원(세종 5400억원·부산 7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초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가칭)를 구성해 기업과의 공식 소통 채널을 확보하고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는 헬스케어·에너지·정보기술(IT) 등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중심이 돼 정부와의 '공식 채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시행계획에는 국가시범도시에 1만5000~2만명을 수용하는 주거지 개발과 기업 유치에 관한 계획이 담겨야 하는데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얘기다. 2019년 분양, 2021년 첫 입주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세부 계획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없이 '일정'부터 진행시키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세종과 부산 등 국가시범도시에 입주하려는 기업 대다수는 낮은 토지 임대료와 정부 지원 인센티브를 노리는 중소기업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추가 될 만한 대기업이나 고급 연구개발(R&D) 기관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어떻게 기업을 유치하고, 돈을 끌어오겠다는 것인지 내용은 없다"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은 71개 기업, 부산은 121개 기업과 시범도시 참여 여부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 실행계획 내용은
올 하반기에 추가 선정하기로 예정했던 민간·지자체 제안형 사업의 '보텀업(Bottom-up)식 시범도시' 프로젝트는 거론조차 되지 않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을 끌어들이는 작업이 애초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