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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께 발표되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한 전망치를 3개월 새 3조원 이상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2년여간 이어진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일부에선 올해 2분기에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이 보유한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면서 삼성전자 실적도 반등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
4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3만6850원까지 떨어져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결국 삼성전자 주가는 낙폭을 만회하며 전날보다 0.4% 하락한 3만7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4일 이후 최근 한 달 새 11.2%나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곧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가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6조65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들어 증권사 전망치 평균값은 13조5394억원까지 조정됐다. 이 수치는 2017년 4분기 실제 영업이익(15조1500억원)보다 10.6% 감소한 것이다.
작년 매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썼던 상승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이고 2017년 1분기(9조90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고 성적표를 썼던 직전 분기(작년 3분기·17조5700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23%나 감소할 것이란 추정이다.
이달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13조원대를 예상해 써내고 있다.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14조3000억원)이며 가장 낮게 본 곳은 하이투자증권(12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조원 넘게 차이 날 정도로 증권사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수익성을 얼마나 지켰는지와 4분기에 몰린 각종 비용 요인을 어떻게 추정했는지에 따라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연말 특별보너스 비용도 실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증권사들은 작년 4분기를 시작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의 78%(작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 부진 여파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반도체 불황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나 업황이 회복되는 게 과거 반도체 사이클이었다"며 "지금은 D램 등 주요 반도체 가격이 낮아졌는데도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현상은 2000년대 이후 데이터에서 관찰된 적이 없다"며 "수요 감소에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대외변수까지 가세하면서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부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불황이 1년간 이어졌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가 폭발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상승한 전력이 있다.
박성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반도체 불황은 호황을 예측하고 설비를 늘린 공급과잉이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공급과잉으로 보기 어렵다"며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서버를 증설하면서 올 2분기 혹은 3분기에 수요가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과 낸드플래시 점유율 1위 업체로 장악력이 높고 수익성 '방어력'이 뛰어나 곧바로 부진을 탈출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불황이라 표현할 만큼 큰 조정을 받았지만 반도체로 보면 마진율이 여전히 40~50%로 높다"고 강조했다. 가격 하락으로 마진율이 떨어졌지만 2016년 불황 당시인 20%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구매자들이 현재 미리 사뒀던 재고를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형성해 올해 반등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여 수요가 늘지 않는 것"이라며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