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오른 5대 금융지주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을 포함해 KB·신한·NH·하나 등 5대 금융지주의 총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10조2470억원에 달한다. 가장 덩치가 큰 곳은 KB금융이다. 2008년 지주사 출범 당시 14조원 규모였던 KB금융의 총자산은 10년 후인 지난해 3분기 477조7000억원으로 30배 넘게 늘어났다. 은행을 중심으로 자산을 불려온 데 이어 2015년과 2016년 잇따라 LIG손보(현 KB손해보험)와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01년 당시 3조원으로 출발한 신한금융도 현재 458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굴리는 2위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순익을 거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맞았다. 5곳이 지난해 1~3분기에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10조6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8313억원보다 무려 35.8%나 급증했다. 2017년에 거둔 연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지난해 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1~3분기 각각 2조8688억원, 2조643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4분기 실적을 합하면 '연간 순익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KB는 2년 연속, 신한은 7년 만에 당기순이익 3조원을 넘게 된다. 특히 3조 클럽 금융지주가 한 번에 2곳이나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지난해 1~3분기에 전년도 1년 치 실적(1조5121억원)을 넘는 1조9034억원 순익을 올린 우리금융, 2005년 지주사 설립 이래 최대 순익인 1조8921억원을 거둔 하나금융에 이어 전년 대비 순익이 무려 50%나 급등한 NH농협금융까지 줄줄이 실적 축포를 쏘아 올렸다.
금융지주가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그룹이 버는 수익에서 주력 계열사인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83% 정도로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제 막 지주사로 출범한 우리금융(94%)을 제외하더라도 하나금융은 92.9%, NH농협은 86.7%에 달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72.5%와 71%로 그나마 70%대 수준이다.
이 같은 '은행 쏠림 현상'이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금융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히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에만 집중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시작된 금리 상승기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버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만 안주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 신한금융은 영업이익 가운데 이자이익 비중이 84.5%나 되고, KB와 하나 등 다른 곳도 70~80%대다. 투자은행(IB) 업무 등으로 벌어들인 비이자수익 비중이 전체 수익의 40~50% 수준인 HSBC나 BNP파리바, JP모건체이스 같은 글로벌 금융사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그렇다고 효율적으로 돈을 벌었다고도 보기 힘들다. 자산을 이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만들었는지를 따져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을 보면 국내 1·2위 금융그룹인 KB와 신한이 지난해 3분기 기준 0.81% 수준이다. 우리금융도 0.78%에 그쳐 5대 금융지주의 평균 ROA는 0.69%에 불과하다. 이는 2017년 미국 100대 상업은행 평균 ROA인 1.09%보다 낮은 것이다.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 같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이자 따먹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적도 시원찮다. 과거 그나마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외환은행 인수로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글로벌 비중이 15.7%인 하나금융을 제외하면 다른 곳은 모두 10%도 안 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국내 금융그룹들의 주가는 높은 순익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NH금융을 뺀 네 곳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49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계 업황이 최악이던 2008년 0.53보다도 더 낮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증가세 규제와 경기 둔화가 겹쳐 올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이 약 2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금
[김태성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