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신년기획 아시아 디지털금융 혁명 / ③ 韓 금융산업 죽이는 족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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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시아의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꼽히며 선망받았던 대한민국이 경직된 규제 환경 탓에 '갈라파고스'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고립된 환경에서 고유종이 진화한 동태평양섬 갈라파고스처럼 대한민국만의 서비스를 고집하면서 세계 주류 흐름에서 괴리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경제 자유도(Economic Freedom)' 지수에서 우리나라 금융 자유도는 '보통' 수준인 70점에 그친다. 자유로운 곳으로 평가받는 홍콩(90), 싱가포르(80), 미국(80)과는 격차가 크다.
특히 심각한 분야는 금융의 미래 혁신 먹거리로 꼽히는 핀테크 산업이다.
강맹수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을 많이 보유한 국가일수록 금융 자유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며 "중국은 금융 자유도가 낮지만 핀테크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대폭 낮춰 톱10 핀테크 기업에 4곳이나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말 64개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금융 규제 강도를 5점 만점에 4.1점(높음)으로 평가했다. 특히 응답자 중 10명 가운데 8명은 핀테크 산업의 성장 제약 요인으로 '과도한 금융 규제'를 1순위로 꼽았다. 간편송금 업체들이 부담하는 펌뱅킹 수수료도 대표적인 규제장벽 가운데 하나다. 펌뱅킹은 금융권의 자금이체 공동망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송금 한 건당 150~450원의 적지 않은 사용료를 내야 한다. 국내 1위 핀테크 서비스 토스도 이 때문에 2017년 영업손실 391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 수익을 206억원이나 올렸지만 펌뱅킹 수수료 등으로 448억원이나 지출한 것이다. 규모가 작은 신생 업체에는 펌뱅킹 수수료가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펌뱅킹은 시중은행이 정부 인허가를 통해 독과점하고 있는 지급 결제 인프라스트럭처다. 금융 혁신을 위해 이를 중립적으로 개방하고 비용을 낮출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간편 자산관리 서비스 뱅큐를 내놓은 서준섭 비욘드플랫폼서비스 대표는 "현행 지급 결제 인프라는 폐쇄적으로 운용되고 수수료 부담이 너무 높아 핀테크 산업 육성에 최대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의 협력을 가로막는 '금산분리' 규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당초 금융과 산업의 유착을 우려해 만들어진 규제이지만 지금은 은행이 유망한 혁신 기업을 인수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길목까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금융위원회의 관련 법규 개정으로 금융사가 핀테크 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핀테크의 정의와 범위가 모호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이 때문에 법규 개정 후 3년간 금융사의 핀테크 출자 사례는 하나금융지주의 핀크(지분 51% 보유) 등 3건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강조해 온 '데이터 규제 완화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 작업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익명 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금융사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각각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다음달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을 꺼리는 시민단체들 반발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 P2P 대출 법제화, 의료법상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범위 명확화, 클라우드 활용 정보 범위 확대, 핀테크 플랫폼이 여러 회사의 카드·대출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는 1사 전속주의 규제 폐지 등도 개선이 필요한 주요 규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와 우버 등 사례를 보면 기존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는 기득권 때문에 ICT를
[기획취재팀 = 이승훈 차장(팀장) / 이승윤 기자(중국 상하이·선전, 홍콩) / 김강래 기자(싱가포르, 태국 방콕) / 정주원 기자(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