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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더미래연구소 '모바일 직불카드의 신속한 보편화를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는 "정부가 제로페이 같은 모바일 직불 서비스를 개발하지 말고 '민간시장 중심'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간편·직불 결제 서비스가 이른 시일 내에 확산돼야 하지만 공공이 주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미래연구소는 더불어민주당 내 개혁적 성향 의원들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2015년 문을 연 싱크탱크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1·2기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 등 여당 내 주요 인사들이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전 금융감독원장)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직접 공공의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하게 되면 민간 사업자들이 참여하더라도 혁신 유인 동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이미 카카오페이 등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정부가 민간 사업자들을 정부 시스템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직불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서를 통해 "혁신을 위해서라도 시장 내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필요하다"며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조차도 정부가 하지 않고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민간 기업이 시장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모바일 직불카드를 시장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확산하도록 과감한 세제혜택 등 유인책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특히 "제로페이는 사실상 '제로'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제로페이는 계좌이체를 통한 대금 지급 방식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계좌이체 수수료가 발생한다. 김 위원장은 "중국 위챗페이나 알리페이가 0.5~0.6% 수수료를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한 금융회사들은 계좌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까지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금융회사에 손해를 감수하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금융회사 협조를 얻는 게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하게 발생하는 비용은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고서는 "소비자로서도 신용카드에 비해 누리는 혜택이 적기 때문에 제로페이를 사용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신용카드의 최대 장점인 신용 공여 기능과 각종 부가서비스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에게는 통장에 잔액이 있어야만 이용이 가능한 제로페이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로페이가 소득공제 40%, 지방자치단체 시설물 이용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 이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김 위원장은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너무 적다는 점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제로페이의 직접적 수혜자인 가맹점장에도 유인 동기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중소가맹점은 카드수수료가 0.8%로 이미 0%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세액공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연매출 6억~7억원대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사실상 '0원'에 가깝다.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올해부터는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도 1%대 수수료를
한편 보고서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이제는 내릴 만큼 내렸다"며 "앞으로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만으로 과도한 지급결제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