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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두 종목을 각각 5502억원과 2408억원치 순매수했다. 그러나 기관의 움직임은 반대다. 같은 기간 기관은 삼성전자를 1202억원, SK하이닉스를 544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두 투자 주체가 반도체 종목에 대해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 시가총액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대장주'다. 그러나 단순히 글로벌 펀드자금이 신흥국으로 흘러들어오며 두 종목에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고 보기도 힘들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774억원에 불과하다. 금액만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3136억원을 순매도한 셈이다.
같은 기간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히려 36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를 사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매도' 버튼을 누른 것이다. 코스피 시장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팔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인식 차이가 두 종목에 대한 극명한 태도 차이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반등 시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여전히 반도체주에 대해 관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곧 반도체 실적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가 꺾였다는 인식이 시장에 나타나며 글로벌 펀드 자금이 미국을 떠나 신흥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순히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보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수가 많이 집중돼 있다"며 "외국인에 비해 기관은 반도체 펀더멘털 회복을 좀 더 관망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사이클이 회복되는 하반기가 되면 기관도 매수세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테크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도 두 종목에 들어오면서 외국인 매수 규모가 늘었다"며 "반면 칩 메모리 가격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 수급 요인으로 반도체 종목 주가가 오르자 기관이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펀더멘털 분석이 아닌 기술적 투자가 외국인의 반도체 매수세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베어마켓 랠리'가 나타나면 기존 주도주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반도체 종목이 그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팀장은 "베어마켓 랠리에서는 기존 주도주가 꺾인 뒤 다시 일정 부분 복원되는 현상이 있다. 마침 달러화 가치 하락과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맞물리며 한국의 IT주에 외국인 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