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던 이육사 선생을 만나면서 국가와 민족에 눈을 떴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곡물 유통업으로 얻은 수익의 대부분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을 정도예요."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만난 신평재 전 교보증권 회장이 갖고 있는 신용호 창업주에 대한 기억이다. 신평재 전 회장은 신용호의 조카이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사촌형이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LG와 GS 유한양행 동화약품 빙그레 등 독립운동에 헌신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 중에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이 있다. 신용호 창업주의 부친인 신예범 선생은 1930년 영암농민항일운동의 정신적 지주였고, 큰 형인 신용국 선생은 일본 소작인 응징과 항일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신용국 선생의 경우 정부로부터 이러한 공훈을 인정받아 지난해 독립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신용호 창업주는 독립자금 지원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사상가 신갑범 선생의 추천으로 이육사 선생을 만난 그는 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해방이 될 때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독립운동에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신평재 전 회장은 "이육사 선생은 경술국치 이전에 벌어졌던 일들을 상세히 거론하며 사업의 중요성과 사업가의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신용호 창업주를 자각시켰다"며 "교보생명의 창립이념이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으로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신용호 창업주의 철학은 교육보험과 교보문고, 교보교육재단,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국민교육진흥의 구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간 5000만명이 방문하는 '국민책방' 교보문고는 한국을 방문하는 국빈들이 꼭 거쳐가는 대표적 명소이자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은 해외번역·출판사업에 대한 후원을 통해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전통 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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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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