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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글래스루이스는 지난해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던 자문기관이다. 당시 글래스루이스는 "해당 안건이 가치평가가 불분명하게 이뤄졌을 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만 유리한 내용"이라고 권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랬던 글래스루이스가 올해 주총에서 사측 편을 들어준 것은 그만큼 사측 제안이 엘리엇 측 제안보다 합리적이라는 글로벌 컨센서스가 이뤄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 사측과 엘리엇 주주 제안 간 쟁점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모두 사측 제안 손을 들어줬다. 지난 회계연도 현대차 주주배당에 대해서 사측이 제시한 주당 3000원(보통주 기준) 지급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주당 2만1967원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사외이사 선임 역시 사측이 제시한 윤치원, 유진 오, 이상승 등 3명의 후보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낸 반면 엘리엇이 제안한 존 리우, 로버트 매큐언, 마거릿 빌슨 후보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
다만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 중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재선임안을 제외한 이원희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겸직하고 있고, 이사회 독립성이 부족하다"며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인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라기보다는 이사회 운영이 현행 9명(사외이사 5명·사내이사 4명)에서 이번 주총을 통해 총 11명(사외이사 6명·사내이사 5명)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사내이사보다는 사외이사 확대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번 현대차 주총에 의결권을 갖춘 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투자자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 지분율은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오너 일가 등 최대주주 지분이 29.11%이며 뒤를 이어 국민연금공단(8.70%), 미국 캐피털그룹(7.78%), 엘리엇매니지먼트(3.00%) 순이다. 지난해 말 기준 캐피털그룹과 엘리엇 등을 포함한 현대차 외국인 지분율은 총 45.84%에 달한다. 이 중 엘리엇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주주들은 글래스루이스 권고에 따라 사측 제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차 3대주주인 미국 캐피털그룹은 투자 목적이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 투자 후 오랜 기간 주식을 보유해 수익을 창출하는 '롱(Long) 펀드'다. 롱 펀드들은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자체 판단이 아닌 글래스루이스 같은 자문기관 권고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글래스루이스 권고를 받아들여 전체 외국인 지분 45.84% 중 절반인 22.92%만 사측 제안에 찬성하더라도 최대주주 지분 29.11%와 합쳐 절반을 넘는 총 52.03% 지분이 사측 제안에 찬성해 주총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역시 대다수 주주가 엘리엇의 고배당 제안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약속했고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에 투자할 액수가 5년간 45조3000억원에 이른다"며 "미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는 급진적 배당 요구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번 주총에서 사측 제안 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위 임원들이 국내외 주요 주주를 상대로 주총 안건을 설명하고 전기·수소차 등 차세대 자동차 투자를 위한 안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현대차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
[한우람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