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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69·사진)의 인생철학 가운데 하나다. 현대해상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9년째 지키고 있는 이 부회장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0년 3월까지 1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2013년 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3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07~2010년 현대해상 대표를 맡은 후 3년간 5개 자회사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이후 2013년 현대해상으로 복귀해 9년간 대표를 이어갔다. 이번에 연장된 임기를 잘 마무리하면 보험업계 사상 오너 가문을 제외하고 10년간 CEO를 지내는 장수 전문경영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 부회장은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모두 갖춰야 직장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목표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목표가 분명하고 뚜렷해야 조직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86년 현대해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영업·상품·재경본부장을 거쳐 2007년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현대건설 입사 때 1억원을 모으면 그만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당시 월급이 15만원 정도라 1억원을 지금으로 따지면 20억~30억원이 되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1억원이 넘는 돈을 충분히 모았지만 그는 아직 직장을 지키고 있다. 작지만 가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차근차근 자신을 담금질하다 보니 장수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직장생활의 노하우로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직장에서 일해서 얻게 되는 성과는 손익계산서"라며 "손익계산서는 매년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휘발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대차대조표는 누적되는 개념이다. 기업활동을 잘하면 자산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개인의 평판은 대차대조표와 같아서 계속해서 누적되는 것이라 순간순간 잘한다고 해서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며 "개인의 평판 관리가 직장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금융권에도 불어닥치면서 보수적인 금융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이 부회장은 매년 중국을 찾으며 배우고 있다. 최근에 중국 상하이를 찾은 그는 "커피숍에서 과거에는 신용카드로 결제했지만 2~3년 전부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켜 계산대에 놓인 QR코드를 찍는 방식으로 결제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매장에 계산대가 없어지고 좌석에 놓인 QR코드를 찍어서 주문을 하면 원하는 음료를 좌석까지 갖다 주는 것으로 진화해 크게 놀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해상 실적은 전년보다는 부진했다. 작년 매출은 15조7466억원, 당기순이익은 375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0.9%, 19.6%나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2016년부터 2년째 4000억원 이상 순익을 올렸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 덕분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지난해의 부진은 한파와 폭염으로 악화된 손해율과 정비수가
이 부회장은 "현재 현대해상은 저축성 보험 중심에서 장기 보장성 보험으로 회사 체질을 바꿔나가는 단계"라며 "한 해 한 해 실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험산업은 긴 그림을 그리고 느긋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