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에 맞서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FI 보유 지분 처리와 관련한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FI들은 신 회장 제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한 뒤에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FI가 협상안을 받아들이면 교보생명 기업공개(IPO)는 다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FI들에 새로운 협상안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 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IPO 성공 후 차익 보전 등 3가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안에는 지분 공동 매각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신 회장은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때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 FI들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이들을 위해 신 회장은 2012년 9월 FI들과 풋옵션 조항을 넣은 주주 간 계약(SHA)을 맺었다. 풋옵션을 보유한 FI는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지분율 9.05%), SC(5.33%), IMM(5.23%), 베어링(5.23%) 등 프라이빗에퀴티(PE)들과 싱가포르투자청(4.50%) 등이다. 이들 지분을 모두 더하면 29.34%로 신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36.91%)에 이어 2대 주주 격이다.
이들 중 스탠더드차터스PE를 제외한 4개 FI는 2011년 신 회장과 합의한 IPO 기한(2015년 9월)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10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이들 지분 약 24%(492만주)를 주당 40만9000원(총액 2조123억원)에 사달라는 요구였다.
신 회장은 뒤늦게 교보생명 IPO를 선언했지만 FI들은 중재 신청을 하겠다며 맞섰다. 현 시장 상황에서 IPO를 하더라도 원하는 금액만큼을 얻어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FI들의 중재 신청을 앞두고 신 회장이 직접 FI들과 접촉해 신청을 늦춘 뒤 이번에 ABS 등과 같은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게 됐다.
신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현재 추진 중인 IPO 성공의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FI들과 원만한 합의를 위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FI 측은 "법률적인 검토를 한 후 대응하겠다"고 원칙적인 반응을 내놨다. 다만 신 회장 측이 제시한 안들이 교보생명 기업가치가 높았던 과거에도 한 번씩 거론됐던 방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해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FI들로서는 가장 큰 이익을 실현할 공동 매각안이 배제된 채 풋옵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이 매겨질 가능성이 훨씬 높은 방안을 받아들이면 FI의 주요 출자자(L
FI 진영인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신 회장 측이 이번 레터에서 '새로운 가격을 협의해보자'는 전제를 달고 협상안을 제시했다"며 "이미 우리 측이 풋옵션 가격을 제시한 상황에서 새 가격을 논의하자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